국민주택채권 발행 올해 9조 '사상 최대'‥매입비율 인하 논란

올 들어 부동산 거래는 급감했는데도 집이나 땅을 살 때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하는 국민주택채권 발행액이 급증,논란을 빚고 있다.

국회와 전문가들은 국민주택채권 발행규모가 올해 9조원을 넘을 것으로 추산돼 소비자들의 채권매입 부담이 너무 크다며 부동산 거래활성화를 위해 국민주택채권 매입의무 비율을 현실에 맞게 낮춰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건설교통부는 임대주택 재원조달 문제 등을 들어 난색을 보이고 있다.

○얼마나 늘었나

12일 건교부와 국회 등에 따르면 올 들어 1종 국민주택채권 발행 실적은 지난 7월 말까지 모두 5조867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조5701억원)보다 11.3% 늘었다.월평균 7267억원꼴로 국민주택채권이 도입된1985년 이후 사상 최대치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1종 채권발행 규모는 연초 예상(6조5000억원)보다 2조6000억원이나 늘어난 9조1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건교부는 보고 있다.

지난해 초 1종 채권 매입비율을 부동산 등기를 기준으로 주택은 공시가격의 1.3~3.1%,토지는 2~5%로 종전보다 최대 50%까지 낮췄는 데도 부동산 과열양상이 극심했던 2002년(7조6176억원)에 비해 1조5000억원 안팎이나 더 늘어나는 셈이다.건교부는 이에 따라 정부 예산총칙 상 국민주택채권 발행한도를 채권입찰제 시행으로 부활된 2종 채권 1조4000억원과 여유분까지 합쳐 모두 11조2500억원으로 종전(9조원)보다 2조2500억원이나 늘려놓은 상태다.


○왜 늘었나

국민주택채권 발행규모가 이처럼 급증한 것은 최근 3~4년간 계속된 집값·땅값 급등세와 정부의 과표 현실화 정책이 한꺼번에 겹쳤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한 전문가는 "부동산 거래가 크게 위축돼 있는 마당에 채권발행액은 여전히 급증세를 보이는 것은 그만큼 국민들의 채권매입 부담이 커졌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국민주택채권은 특히 시중금리보다 낮은 3%(5년 만기)의 금리로 아파트 신규분양은 물론 기존 주택 상가 오피스텔 토지 등 모든 부동산을 매입(등기)할 때 의무적으로 사야 하는 채권으로 국민임대·공공임대주택 건설,전세자금 지원 등 서민주거안정 지원을 위해 활용되는 국민주택기금의 핵심 조성재원이다.

실제로 지난해 조성된 국민주택기금 22조7000억원 가운데 국민주택채권 발행액은 8조4736억원으로 △청약저축 1조6248억원 △융자금 회수 5조4699억원 △이자수입 2조2012억원 등을 제치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매입비율 낮춰야

문제는 정부의 과표현실화 정책 등으로 똑같은 주택이나 땅을 사더라도 종전보다 채권매입액이 계속 늘어나 국민들의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국회 건설교통위원회는 최근 '2005년 국민주택기금 결산' 심사보고서를 통해 "국민 부담과 부동산 거래 비용을 줄여 주택거래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도록 채권매입액을 적정수준으로 낮추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도 최근 "정부는 초과세입 및 경상경비 절감 예상액 등을 고려해 국채 발행규모를 축소하도록 노력하고,연말까지 관련 방안을 보고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정부는 임대주택 건립재원 확충 등을 이유로 난색을 보이고 있다.건교부 관계자는 "임대주택 건설,영세민 전세자금 등 서민주거안정을 위해 필요한 자금을 모두 재정에서 충당할 수 없는 만큼 국민주택기금 확충이 필요한 데다 부동산 거래량이 유동적이어서 지금으로서는 채권매입 비율 완화를 검토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