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 장흥순씨 '닮은꼴 인생'

1세대 벤처기업가의 투 톱으로 불리는 이민화 전 메디슨 회장(53)과 장흥순 전 터보테크 회장(46)의 20년에 걸친 '닮은꼴 인생'이 새삼스럽게 주목받고 있다. 이 전 회장이 재기 활동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장 전 회장도 최근 집행 유예로 풀려나와 재기에 나선 까닭이다.

두 사람은 대학 동문으로 학창시절 벤처 창업을 하고 전성기를 누린 뒤 몰락하기까지 전 과정을 '이가 하고 뒤이어 장이 하는 식'으로 똑같이 해 왔다. 다만 두 사람의 개인적인 성향은 다르다고 벤처업계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이 전 회장의 경우 카리스마 기질이 강해 '회장님'으로, 장 전 회장은 소탈하고 원만한 성격을 지녀 '형님'으로 불린다는 것.이 전 회장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 박사과정(전자공학)에 있던 1985년 7월 초음파 영상진단장치를 만드는 벤처기업 메디슨을 창업하며 기업가의 길을 걸었다.

장 전 회장 역시 KAIST 박사과정(전자공학)을 밟던 1988년 4월 공작기계용 CNC장치 개발회사인 터보테크를 세우면서 벤처기업인이 됐다.

두 사람은 KAIST 출신 벤처기업인들의 모임인 '과기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1995년 12월 벤처기업협회 창립을 주도했으며 최고의 전성기를 누렸다. 이 전 회장은 이때 벤처기업협회 초대와 2대 회장을 한 뒤 장 전 회장에게 바통을 넘겨 줬고 장 전 회장은 3,4대 회장을 지냈다.

두 사람은 몰락 과정도 시차만 뒀을 뿐 같았다.

이 전 회장은 창업 이후 승승장구하며 10년여 만에 50여개 관계사를 둔 의료기기 전문회사로 키웠고 장 전 회장도 같은 기간 일본 전유물인 공작기계용 CNC장치의 국산화를 통해 이 분야 대표 기업 자리에 올려놨다.하지만 이 전 회장이 2002년 회사 부도(구속 후 영장 기각)로,장 전 회장은 2005년 분식회계로 구속되면서 벤처 현장에서 나란히 퇴장당했다.

최근의 재기 활동도 이 전 회장이 먼저 시작했다.

이 전 회장은 지난 6월 한국기술거래소 이사회 4대 이사장을 맡으면서 활동을 공식화했다.그는 또 모바일 당뇨체크 업체인 헬스피아의 고문과 바이오 업체인 솔고바이오메디칼의 사외이사를 맡아 활동하고 있다.

얼마 전 집행 유예로 풀려난 장 전 회장도 재기 준비에 돌입한 상태다.

장 전 회장은 출소 후 병원에서 건강 검진을 받고 휴식을 취하며 앞으로의 활동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터보테크 관계자는 "자숙하면서 개인적인 진로를 구상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