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금융계 淨化' 물건너 가나‥개혁주도 중앙銀 부총재 괴한에 피격 사망

돈세탁 등 러시아 금융계에 만연돼 있는 부정 행위를 뿌리뽑으려는 러시아 정부의 노력이 최대 위기를 맞았다.

러시아 금융계의 개혁을 주도해온 안드레이 코즐로프 러시아 중앙은행 수석부총재(41)가 13일 저녁 괴한들의 습격으로 사망했기 때문이다.14일 러시아 인테르팍스통신에 따르면 코즐로프 부총재는 이날 모스크바 북부 스파르타크 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은행 간 축구 대회를 보고 경기장을 빠져나오다가 2명의 괴한이 쏜 총탄에 맞았다.

그는 바로 병원으로 후송돼 수술을 받았으나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고 모스크바시 검찰청 관계자가 밝혔다.

모스크바시 경찰은 달아난 용의자들을 추적하기 위해 '불칸-5'를 발동하는 등 경계 강화에 나섰다.일부 언론에선 그가 돈세탁 등 부정행위에 연루된 시중은행 44곳의 인가를 철회해 금융계 인사들의 불만을 산 것이 이번 사건의 배경이 됐을 것으로 추측했다.

인테르팍스는 물론 로이터통신도 모스크바 경찰 소식통의 말을 인용,코즐로프의 피격 정황에 비춰볼 때 마피아의 사주를 받은 전문 킬러의 소행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러시아 의회의 아나톨리 악사코프 신용기관위원회 부위원장도 "그의 직무는 돈세탁과 각종 불법 행위를 해온 은행들과의 관계에서 아주 민감한 자리였다"고 말했다.2002년 4월부터 중앙은행 수석 부총재를 맡은 코즐로프는 금융회사 감독을 담당하며 '검은 돈'과의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코즐로프는 지난 9일자 모스크바타임스와의 회견에서도 "러시아의 금융시스템을 전면 개혁해 서방 수준의 효율적 체제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장규호 기자 daniel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