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위원장 해보려고" … 김승연 회장, 3년만에 전경련회의 참석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3년 만에 참석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전경련 노조위원장'을 자임(?)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14일 오후 5시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열린 회장단회의에 참석한 김 회장은 오랫만에 회의에 나온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 "그냥 뭐 궁금해서…"라고 애매하게 말 끝을 흐렸다.기자들이 다시 "혹시 강신호 회장의 뒤를 이어 전경련 회장이 되겠다는 생각은 없느냐"는 질문을 하자 김 회장은 "전경련에 노조를 만들어 노조위원장을 한번 해보려고 한다"고 의외의 대답을 했다.

김 회장은 회장단이 모두 자리에 앉은 뒤 기자들이 다시 한번 소감을 묻자 웃음을 띤 채 "아까 말하지 않았느냐.노조위원장이나 한번 해보려고 한다…"라고 거듭 '노조위원장'을 강조했다.

전경련 주변에서는 김 회장의 대답을 놓고 두 가지 관측이 나돌았다.하나는 차기 전경련 회장을 맡을 뜻이 전혀 없음을 강조하기 위한 화법이었다는 것.강신호 회장의 임기가 내년 초 끝나지만 이건희 삼성 회장 등 4대그룹 총수들이 차기 회장직에 전혀 관심이 없는 가운데 후임 회장에 대한 논의는 거론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또 다른 관측은 전경련에 대한 재계 일각의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현한 것이라는 시각이다.

전경련이 재계의 구심적 역할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팽배한 가운데 오랫만에 회의에 참석한 김 회장이 '뼈 있는 말'을 던졌다는 관측이다.김 회장은 회담을 끝낸 뒤 "앞으로 전경련 활동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뜻에서 한 말"이라고 설명했지만,수많은 표현 중에 굳이 '노조 위원장'이라는 말을 사용한 사실에 대해 전경련은 물론 재계에서도 당분간 상당한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