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금융ㆍ非금융' 양대 지주사 추진‥각종 규제피해 성장 교두보 확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금융과 비(非)금융의 양대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다는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힌 건 이미 그룹 내에서 지배구조 개편에 대한 로드맵이 어느 정도 정리됐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는 대한생명 지분 확대로 어차피 지주회사 요건을 갖추게 된 이상 순환출자 제한 등 각종 규제를 피해 성장의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구상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금융지주회사는 성장을 위한 선택

한화그룹 내 금융지주회사 신설은 대한생명 지분 33%(오릭스 17%,예금보험공사 16%) 추가 취득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금융시장의 판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적극적인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2008년 자본통합법 시행,손해보험과 생명보험의 통합 움직임 등에 따라 보험사나 증권사 모두 규모를 키우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따라서 금융지주회사 설립을 통해 M&A(기업 인수합병)에 유리한 구조를 만들고 추가적인 M&A도 검토하고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대한생명을 중심으로 한 금융지주사가 설립되고 이 회사가 한화석유화학이 현재 보유한 한화증권 지분까지 취득하기만 해도 생명보험(대한생명) 손해보험(신동아화재) 증권(한화증권) 투신사(한화투신)를 망라하는 종합금융회사로 거듭나게 된다.

○금융지주사 설립 여력은 충분금융지주회사 설립에는 그다지 많은 돈이 들지 않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금융지주사의 양대 자회사가 될 것으로 전망되는 한화증권과 대한생명은 한화투신,한화기술금융,대생보험심사,신동아화재 등 손자회사들의 지분을 이미 충분히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 오릭스와 예금보험공사로부터 대한생명 지분을 사들이는 데 필요한 약 9500억원(예금보험공사 2500억원,오릭스 약 7000억원)만 마련하면 지주회사 설립에는 무리가 없다.한화는 한화건설의 인천 소래논현지구 개발사업으로 상당한 현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비(非)금융지주사는 시간 걸릴 듯

문제는 비금융 계열사들이다.

현재 비금융 계열사는 ㈜한화와 한화석유화학 중심으로 지배구조가 짜여있다.

일단 ㈜한화가 한화석유화학이 보유하고 있는 한화국토개발 한화유통 등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취득하는 데 상당한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법인세,양도소득세 등 세금 문제도 걸림돌이다.

현재 220%에 달하는 그룹 부채비율을 200% 이하로 끌어내리는 것도 과제로 남는다.

업계 관계자는 "세금문제,손자회사의 사업관련성 문제,부채비율 문제 등은 정치적·법적으로 아직 논의가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한화그룹은 최적의 안을 만들기 위해 몇 가지 시나리오를 두고 저울질하며 시간을 끌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반면 기업들의 지주회사 전환을 유인하기 위해 정부가 각종 요건을 완화하는 분위기여서 생각보다 빨리 지주회사 전환이 가능할 수도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조일훈·유창재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