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자제한법 다시 부활하나…정부서도 찬반 팽팽

이자제한법 부활 문제가 정기국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여야 의원 22명이 지난 14일 이자제한법을 발의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이번 정기국회에서 법안 처리를 놓고 적지 않은 논란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찬성하는 쪽은 고리 사채 피해로부터 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이자율 상한을 낮추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반대하는 쪽은 사채 시장이 더욱 음성화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이자제한법은 이자 최고 한도를 정함으로써 폭리행위를 방지하고 경제적 약자를 보호할 목적으로 1962년 제정됐다.

하지만 우리나라가 외환위기에 처하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의 요구로 1998년 없어졌다.당시에도 법안의 폐지를 놓고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문제는 법안이 소멸된 이후 살인적 고금리로 서민들을 울리는 불법 사채업이 성행하는 등의 폐해가 발생했다는 점.이에 따라 지난 6월 당시 천정배 법무부 장관은 이자제한법 부활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었다.

법무부는 현재 66%의 고율 이자가 보장되는 데도 등록 대부업자는 전체 사채시장의 25%에 불과하며,사금융 평균 이자율은 연간 223%에 달하는 등 고리 사채로 인한 서민들의 피해가 크다고 강조한다.이에 대해 재경부와 금융감독원은 이자제한법 부활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자제한법이 시행되더라도 약자 보호라는 실익이 없고,오히려 사채의 음성화로 서민들만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권오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은 지난 7월18일 취임 직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이자제한법이 부활하면 대부업자의 음성화가 초래돼 자금 공급이 줄고 사금융 이용이 늘어 오히려 서민 부담만 가중시키는 악순환의 고리가 생긴다"며 반대 의사를 밝혔다.재경부 관계자는 "이자제한법을 다시 살리려는 일부 의원들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후유증이 클 것"이라며 "최고 이자를 연 40%로 묶으면 신용이 낮은 서민들이 제도권 금융 지원을 받지 못하고 사채시장으로 내몰려 되레 부담이 증가한다"고 지적했다.

금감원 관계자도 "최고 이자를 66%로 제한하고 있는 현행 대부업법으로도 고리와 불법 사채업자 처벌이 가능하고,은행 등 제도 금융권까지 이자 제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그러나 "이자제한법은 1997년 외환위기 직후의 비정상적인 고금리 시기에 자금 흐름의 왜곡을 막기 위해 임시방편으로 폐지된 것"이라며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선 고리를 제한하는 기본 법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열린우리당 의원 대부분과 민주노동당도 여기에 입장을 같이하고 있다.반면 한나라당은 "이자율을 제한하는 것이 진정으로 서민들에게 도움이 되는지에 대한 실증적인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며 "정부 차원에서 치밀하게 고려한 다음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차병석·강동균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