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자동차, 품질격차도 갈수록 축소‥한국업체 소형차 시장 잠식 '비상'

GM대우의 경차 마티즈를 그대로 베껴 '짝퉁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중국 치루이자동차의 소형차 QQ는 중동지역에서 대당 300만~400만원에 팔린다.

반면 GM대우 마티즈의 가격은 600만~900만원으로 두 배 이상 비싸다.저가(低價)로 무장한 중국 자동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차에 부담스런 존재로 부상하고 있다.

중국산 차량이 중동 아시아 아프리카에 속속 진출하면서 시장을 교란시키고 있는 것.아직까진 품질면에서 조악하지만 중국업체들은 선진기술을 속속 습득,한국차와의 격차를 빠른 속도로 좁혀가고 있다.

특히 중국 토종 브랜드들은 최근 자동차의 본고장인 미국과 유럽마저 넘보고 있어 중장기적으로 현대차를 비롯한 한국차와 정면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중국업체 중 선두주자는 상하이자동차(SAIC)와 치루이자동차.쌍용차를 인수한 중국 최대의 자동차업체 상하이차는 최근 올해부터 2011년까지 5년간 독자브랜드의 신차 30개 모델을 개발하겠다고 선언했다.

상하이차는 쌍용차 외에 영국의 소형차업체 MG로버의 지식재산권도 획득,선진기술과 노하우를 습득하고 있다.

치루이도 최근 이탈리아 자동차디자인업체를 인수했으며 독자 브랜드 승용차 개발을 위해 치루이자동차공정연구원을 설립했다.치루이는 내년부터 미국 시장에 진출할 예정이다.

판매가를 경쟁 차종보다 30%가량 싸게 책정한다는 방침이어서 현대차에도 비상이 걸렸다.

이 회사는 유럽 진출 교두보를 마련하기 위해 대우자동차 루마니아 공장 인수를 추진하고 있어 한국업체들을 긴장시키고 있다.앞서 장링모터즈와 진베이자동차는 지난해 네덜란드와 독일에 자사의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와 중형 세단을 선보여 유럽시장 진출에 성공했다.

지리자동차도 2008년부터 미국에 진출할 예정이다.

난징자동차는 아예 미국 오클라호마에 공장을 설립,2008년부터 자동차를 생산·판매키로 했다.

중국산 차량은 조만간 국내 안방시장까지 파고들 전망이다.

대우자동차판매가 중국산 트럭을 들여오기 위해 중국업체와 협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산 승용차도 한국 진출 가능성을 꾸준히 타진하고 있는 상태다.

고유가와 경기침체 등을 감안할 때 품질만 어느 정도 갖춰진다면 중국산 차량이 국내에서도 저가바람을 일으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국자동차공업협회 관계자는 "중국업체들이 세계 시장 곳곳에서 시장 잠식을 위해 초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다"면서 "한국차와 품질 격차도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이 관계자는 "그동안 외국 유명브랜드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앞선다는 점을 내세웠던 국내 자동차업체들의 전략도 수정해야 한다"며 "저가 이미지에서 벗어나 고급화 및 차별화를 서둘러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이건호 기자 leek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