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 理科 1ㆍ2년생 '논술 포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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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계나 이공계 학과로 진학하려고 국어 영어 수학 과학 중심으로 수능에만 신경을 썼는데 이제와서 (대학들이) 다들 논술을 보겠다니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 두려움만 생깁니다." (서울 S고 2학년 황재현군)
그동안 인문·사회계열 수험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논술 공부를 등한시했던 이과계열 고교 2학년생 사이에서 '논술 포비아(phobia·공포증)'가 확산되고 있다. 이과 진학을 준비중인 1학년생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서울대에 이어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이상 가나다 순) 등 대부분의 서울시내 상위권 대학들이 21일 2008학년도 대입전형을 발표하면서 자연계열(정시모집) 신입생 선발에 논술고사(일명 '수리논술')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자연계열에 논술고사를 적용했던 숙대 등은 아예 비중을 대폭 늘렸다.
이런 추세는 2008학년도 수시2학기 전형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고려대 등을 제외한 상당수 대학이 논술 비중을 40~60%까지 일제히 확대했다. 이런 분위기가 다른 대학에도 확산될 가능성이 큰 만큼 현재 고교 2학년 이과생들이 논술을 제대로 대비하지 않으면 수시든 정시모집이든 합격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 통합교과형 '수리 논술' 왜 느나2008학년도 자연계 수리논술은 인문·사회계열과 마찬가지로 통합교과형으로 출제된다. 이미 발표된 서울대 수리논술 예시문항을 살펴보면 '미분법과 적분법이 평면 또는 공간에서 움직이는 물체의 운동에 대해 어떤 정보를 주는지 설명하라''지구의 반경이 약 3400km이고 지구와 태양과의 거리가 현재의 70%일 경우 현재 지구의 모습을 지질,대기,환경,생명체의 탄생과 진화의 관점에서 논하라' 등을 꼽을 수 있다.
수학,지구과학,생물,화학 등 주요 교과목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추리력·분석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풀어나갈 수 있는 '스킬'이 보태져야 한다.
연세대의 '다면사고형' 수리논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계용 연세대 입학처장은 "학생부 교과성적과 수능성적이 9등급으로 나눠지면서 변별력이 떨어지자 응시자들 사이에 동점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학마다 자연계열 입시전형에도 논술을 추가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학원조차 가르칠 수 없다?
수리논술에 대한 불안감과 걱정은 비단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논술을 지도해야 할 일선 학교의 교사들과 학원가 강사들도 아직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기는 마찬가지. 수학이나 과학을 논술과 연계시켜 지도할 수 있는 역량 있는 강사가 학원가 자체에도 드물기 때문이다.
입시전문기관 유웨이중앙교육 관계자는 "수능에서 매년 수 억원의 수입을 올리는 스타강사들은 즐비하지만 수리논술에서는 뚜렷한 스타강사가 없는 게 사실"이라며 "유수 교육업체의 전문논술팀들도 수리논술 강의는 구색만 갖추고 있다"고 지적했다.오승준 프린키피아 통합논술 대표도 "주로 수학을 전공하던 선생들이 기존의 인문·사회계열 논술자료를 약간 수정해 강의를 하는 실정"이라며 "대학교수들이 개발하는 새로운 유형의 수리논술 문항을 따라잡을 강사는 아주 극소수"라고 말했다.
문혜정·송형석 기자 selenmoon@hankyung.com
그동안 인문·사회계열 수험생에 비해 상대적으로 논술 공부를 등한시했던 이과계열 고교 2학년생 사이에서 '논술 포비아(phobia·공포증)'가 확산되고 있다. 이과 진학을 준비중인 1학년생들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서울대에 이어 경희대 고려대 서강대 성균관대 연세대 이화여대 한양대(이상 가나다 순) 등 대부분의 서울시내 상위권 대학들이 21일 2008학년도 대입전형을 발표하면서 자연계열(정시모집) 신입생 선발에 논술고사(일명 '수리논술')를 신설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자연계열에 논술고사를 적용했던 숙대 등은 아예 비중을 대폭 늘렸다.
이런 추세는 2008학년도 수시2학기 전형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고려대 등을 제외한 상당수 대학이 논술 비중을 40~60%까지 일제히 확대했다. 이런 분위기가 다른 대학에도 확산될 가능성이 큰 만큼 현재 고교 2학년 이과생들이 논술을 제대로 대비하지 않으면 수시든 정시모집이든 합격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 통합교과형 '수리 논술' 왜 느나2008학년도 자연계 수리논술은 인문·사회계열과 마찬가지로 통합교과형으로 출제된다. 이미 발표된 서울대 수리논술 예시문항을 살펴보면 '미분법과 적분법이 평면 또는 공간에서 움직이는 물체의 운동에 대해 어떤 정보를 주는지 설명하라''지구의 반경이 약 3400km이고 지구와 태양과의 거리가 현재의 70%일 경우 현재 지구의 모습을 지질,대기,환경,생명체의 탄생과 진화의 관점에서 논하라' 등을 꼽을 수 있다.
수학,지구과학,생물,화학 등 주요 교과목에 대한 충분한 지식과 추리력·분석력을 바탕으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풀어나갈 수 있는 '스킬'이 보태져야 한다.
연세대의 '다면사고형' 수리논술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계용 연세대 입학처장은 "학생부 교과성적과 수능성적이 9등급으로 나눠지면서 변별력이 떨어지자 응시자들 사이에 동점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정이 이렇다보니 대학마다 자연계열 입시전형에도 논술을 추가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설명했다.◆ 학원조차 가르칠 수 없다?
수리논술에 대한 불안감과 걱정은 비단 학생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논술을 지도해야 할 일선 학교의 교사들과 학원가 강사들도 아직 뾰족한 대안을 찾지 못하기는 마찬가지. 수학이나 과학을 논술과 연계시켜 지도할 수 있는 역량 있는 강사가 학원가 자체에도 드물기 때문이다.
입시전문기관 유웨이중앙교육 관계자는 "수능에서 매년 수 억원의 수입을 올리는 스타강사들은 즐비하지만 수리논술에서는 뚜렷한 스타강사가 없는 게 사실"이라며 "유수 교육업체의 전문논술팀들도 수리논술 강의는 구색만 갖추고 있다"고 지적했다.오승준 프린키피아 통합논술 대표도 "주로 수학을 전공하던 선생들이 기존의 인문·사회계열 논술자료를 약간 수정해 강의를 하는 실정"이라며 "대학교수들이 개발하는 새로운 유형의 수리논술 문항을 따라잡을 강사는 아주 극소수"라고 말했다.
문혜정·송형석 기자 selenm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