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대통령 "피로때문에"‥취임이후 처음으로 공식일정 취소

노무현 대통령이 22일 장기간 해외순방으로 쌓인 피로에 몸살까지 겹쳐 지방순시 일정을 취소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전 10시 강원도 정선군청에서 열리는 신활력사업 성과보고회에 참석한 뒤 정선의 생약초시장과 농가를 방문할 예정이었으나 청와대를 출발하기 직전인 오전 7시30분께 행사에 불참하기로 결정했다.윤태영 청와대 대변인은 "오늘 아침 대통령께서 피로하다고 말씀하셨고 참모들도 일정을 취소하는 것이 좋겠다는 건의를 드려 결론이 내려졌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본관 집무실에 나오지 않고 관저에 머물며 휴식을 취했다.

노 대통령이 재임 중 건강상의 이유로 예정된 일정에 참석지 않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특히 노 대통령은 평소 하루도 빠짐 없이 새벽 5시에 일어나 기체조와 복식호흡을 통해 몸관리를 하고 밤 늦게까지 인터넷과 독서를 즐기는 타고난 건강체질이어서 이날 행사 불참을 둘러싸고 해석이 분분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지난 해외순방이 재임 중 최장기간인 14일로 지구 한 바퀴를 돌면서 강행군을 한 탓"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모두 11차례의 단독 정상회담과 하루에만 서너 차례의 공식 행사에 참석하고 20여차례의 연설을 하는 등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몸에 다소 무리가 생겼다는 것이다.특히 한·미 정상회담과 같은 무거운 일정이 후반부에 몰려 순방이 진행될수록 긴장이 더해진 것도 피로가 쌓인 원인으로 보인다.

윤 대변인은 "대통령께서는 해외 순방이 있을 경우 귀국하신 후 시차적응에 애를 먹은 적이 한두 번 있었다"며 "아침에 주치의로부터 진찰을 받았고 주말에 쉬면 회복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부정적 평가와 전효숙 헌법재판소장에 대한 임명동의안 문제 등으로 순방 후 정신적 피로감이 더해진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는 "상식적 질문에만 답하겠다"고 일축했다.노 대통령의 불참과는 무관하게 이날 예정된 정선군청 신활력사업 성과보고회는 계획대로 진행됐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