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大해부] 2부 수도권 : (13) 수원 영통 .. 규모로는 수원 최대… 실속은 '글쎄'


수원 영통상권은 1997년 입주를 시작한 영통지구 한 가운데 자리잡고 있다.

8~10층짜리 대형 건물에 식당 병원 학원 등이 빽빽하게 들어선 모습이 신규 택지지구 상권의 전형을 보여준다.상권의 중심은 영통대로변에 있는 대형 마트 홈플러스다.

손님들은 대부분 유모차를 끌거나 어린이 손을 잡고 나온 젊은 주부다.

인근의 삼성전자 단지에 다니는 직장인 부부가 많이 사는 곳이라 교육열도 수도권 최고 수준이다.외국인 교사로 이뤄진 영어학원을 비롯 150곳 이상의 학원(자체 집계)이 성황을 이루고 있기도 하다.

건물 위층에는 나이트클럽이나 유흥업소 간판이 빼곡하다.

음식점도 종류별로 가득차 있지만 점심시간이라 그런지 손님이 별로 없다."겉은 화려하지만 손님이 없어 큰일입니다.

3층 이상은 놀거나 비어 있는 곳이 많습니다." 럭셔리 공인 박판곤 부장은 배후인구에 비해 상업지역이 너무 넓다고 말했다.

지하철 역세권도 아니어서 손님 끌기에 한계가 있다.A급지로 분류되는 키넥스 영화관 인근 빌딩 2군데도 2층을 먹거리마당으로 꾸며놨지만 절반은 간판만 걸려 있다.

한 건물 3층은 아예 깨끗하게 비워 엘리베이터도 서지 않았다.

영통상권을 7년간 지켰다는 조희백 슈즈타운 사장은 "5년 전만 해도 빈 가게가 없었다"고 회상했다.

조씨가 운영하는 신발가게의 주 고객은 주변 아파트단지 주부나 학생들.예전에는 삼성전자에 다니는 여성 직장인도 매출을 쏠쏠이 올려줬지만 지금은 이들 대부분이 수원역이나 서울로 쇼핑하러 간다고 덧붙였다.

신도시라는 외관 때문에 임대료는 비싼 편이다.

A급지에 속하는 키넥스극장과 홈플러스 사이는 1층 20평짜리 점포가 보증금 1억~1억5000만원,월세 200만~400만원에 이른다.

하지만 위층으로 갈수록 공실이 커 관리비만 주고 버티는 곳도 있다는 게 상인들의 귀띔이다.

다가구 주택으로 이뤄진 외곽 상권도 마찬가지다.

한 횟집 주인은 "보증금 4000만원,월세 180만원을 받던 점포가 오랫동안 공실로 남아 있던 탓에 그 절반 비용으로 들어왔다"고 전했다.

물회나라 고길용 사장은 "평일 저녁 손님의 절반 정도는 삼성전자 직원들인데 씀씀이가 큰 편"이라며 "회식하러 나오면 40명이 70만~80만원 정도 쓴다"고 말했다.

소비력이 받쳐주기 때문에 삼겹살 1인분이 8000~9000원 선으로 단가가 높은 편이다.

술집들은 주변 나이트클럽 영업시간에 맞춰 새벽 4~6시까지 장사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 삼성전자 직원들의 발길이 뜸해져 곤란을 겪고 있다.

삼성전자 공장이 지방으로 분산되는 추세인 데다 공장 중앙문 앞에도 상권이 발전하면서 손님을 빼앗겼기 때문이다.

특히 키넥스극장과 교육청 사이 광장 주변의 술집들은 그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있다.

상권 한 가운데에 있는데도 차가 다니지 않아 접근성이 떨어지는 곳이다.

조성복 퓨전주점 '빠리제'사장은 "매출이 하루 20만~30만원에 불과해 월세 내기도 힘들다"고 털어놨다.

저녁 유동인구의 20~30%를 차지하던 인근 경희대학교 손님들도 줄고 있다.

학교 앞에서 서울로 바로 가는 버스가 많아진 데다 수원역 상권이 부상하면서 대학생들이 영통상권을 외면하고 있다는 것.정성국 '모야'술집 사장은 "밤마다 나이트에서 나온 '삐끼'들로 상권 분위기가 나빠진 탓도 크다"고 말했다.

1층에서 영업하던 사행성 게임방들이 빠져나간 자리가 여전히 공실로 남아 있는 것도 상권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고 있다.

허준태 '포75' 베트남쌀국수집 주방실장은 "젊은이나 가족들을 끌 만한 볼거리 및 즐길거리가 없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허 실장은 1년 전 키넥스극장 맞은편 2층에 가게 자리를 잡고 영화관 손님들에게 할인쿠폰을 나눠주고 있다.

하지만 영화관 손님이 많지 않아 매출은 기대보다 훨씬 낮다고 푸념한다.

"전국에서 주민 평균 연령이 가장 낮다는 영통지구 특성을 살려 젊은 주부와 어린이들을 공략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어린이용 보조의자와 과자를 구비하고 자극적이지 않은 메뉴를 내놓고 있죠."

인근 아파트에 사는 이유리씨(32)는 "일주일에 한두 번 친구들과 점심을 먹으러 나온다"며 "확고하게 자리잡은 맛집이 없어 인계동으로 빠져나가기도 한다"고 말했다.손명희씨(34)는 "이곳 주부들은 한 건물에 학원과 술집이 섞여 있는 것이 가장 큰 불만"이라고 밝혔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