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테헤란로는 금융전쟁

명동 여의도에 이어 새로운 금융 메카로 떠오르고 있는 강남의 테헤란로. 금융사 간 세 싸움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지하철 2호선 강남역~삼성역에 금융사들의 입점이 밀집되면서 한 때 벤처 신화의 상징이었던 강남 테헤란로가 금융 거리로 탈바꿈한 모습이다.테헤란로에 은행 점포가 몰리는 것은 기업 및 부유층 고객을 많이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뭉칫돈 유입 속도가 빠르다는 분석이다.

이곳에서 영업 우위를 차지하는 게 금융사의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인식에 따라 금융사들이 최고의 매장을 꾸미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
최근 테헤란로 포스코센터에는 농협중앙회가 SC제일은행을 '밀어내고' 새 점포를 개설했다. 지난해 SC제일은행이 220억원의 순이익을 낸 알짜점포다. 농협은 포스코센터 지점에 별도의 프라이빗뱅킹(PB) 전담센터 1호점을 개설해 인근 강남지역 부유층까지 공략할 방침이다.


○농협,테헤란로에만 5개 지점 개설

테헤란로 일대에서 가장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며 시장 확보에 나서고 있는 곳은 바로 농협이다. 농협은 올 들어서만 코엑스 기업금융지점,테헤란로지점,강남중앙지점,포스코센터지점,삼성중앙지점 등 5개 점포를 열었다.농협 관계자는 "코엑스 기업금융지점의 경우 개점한 지 6개월밖에 안됐지만 2000억~3000억원가량의 자금을 끌어들였다"며 "오피스 빌딩이 몰려있는 테헤란로를 거점으로 기업금융은 물론 인근 아파트 부유층까지 영업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특히 포스코센터점은 월급통장을 옮기는 포스코 직원들에게 특별우대 금리를 제공하는 특별상품 등을 개발,신규고객 유치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때문에 포스코의 주거래은행으로 현재 포스코센터에 같이 입주해 있는 우리은행과의 직접적인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우리은행 관계자는 "이미 월급통장에 공과금 자동이체나 대출계좌 등이 연계돼 있는 고객은 거래은행을 쉽게 바꾸기 힘들 것"이라면서도 내심 긴장하는 분위기다.

농협은 2000억원 규모의 주식매입을 통해 적대적 인수합병(M&A) 위협시 포스코의 '백기사' 역할을 하기로 하고 포괄적 금융업무 제휴를 맺는 등 포스코와 돈독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번 포스코센터 입점도 이 같은 관계가 배경이 됐다.


○경쟁가열…노마진도 감수

현재 테헤란로 일대에는 은행별로 10여개의 지점들이 몰려있다.

특히 조흥은행을 합병한 신한은행은 테헤란로 양쪽 길가를 따라서만 12개 지점이 있다. 한두 블록 뒤까지 범위를 넓힐 경우 우리은행은 강남구 내 53개 점포 중 20개가 테헤란로 및 그 주변에 포진해 있고 하나은행도 12개 점포를 기반으로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씨티,SC제일은행,HSBC 등 외국계 은행들도 이 지역에 집중하고 있다.

이길범 신한은행 테헤란로중앙지점장은 "선릉역에서 포스코센터까지 테헤란로 한쪽을 따라 10개의 빌딩이 있는데 은행이 입주하지 않은 건물은 1군데밖에 없다"며 "다른 지역에 비해 임대료가 비싸지만 작년 이후 이쪽에만 농협중앙회 2곳을 비롯해 기업은행 우리은행 등이 새 점포를 냈다"고 말했다.

그는 "테헤란로에서 벤처기업이 빠져나간 곳에는 어김없이 보험회사나 상호저축은행 등 금융회사들이 입주하고 있다"며 "이들은 고객이기도 하지만 경쟁상대이기도 하다"고 말했다.타 은행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노마진 영업까지 감수해야 하는 상황도 벌어지고 있다. 시중은행의 한 지점장은 "거액의 거래고객이 '다른은행에선 이 정도로 해준다는데…'라고 말하면 수익을 불문하고 금리조건 등을 맞춰줄 수밖에 없다"며 "고객은 한정돼 있는데 농협,수협까지 가세해 영업을 강화하다보니 경쟁이 가열될 수밖에 없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