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입은행-산업은행 갈등 고조

국책은행 역할 재조정을 둘러싼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기업은행의 신경전이 26일 감사원의 역할 재조정 권고로 한껏 날카로워진 가운데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의 발전방안을 담은 중간보고서가 잇따라 공개돼 국책은행 역할 재편논의가 본격적으로 공론화될 조짐이다.

베일에 싸여 있던 '산업은행 발전방향 중간보고서'가 26일 공개된 데 이어 한국금융연구원이 작성해 국책은행 역할재정립 태스크포스팀(TFT)에 보고한 수출입은행 발전에 관한 중간보고서의 윤곽이 27일 드러났다.▶한경 27일자 A1,3면 참조

27일 국책은행 역할 재정립 TFT에 따르면 금융연구원은 최근 '국제거래지원핵심은행'으로 수출입은행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내용의 '수출입은행 발전방향 중간보고서'를 TFT에 제출했다.

수출입은행 보고서는 산업은행 발전방향 중간보고서와 마찬가지로 TFT가 연내에 확정할 '국책은행 역할 재정립 방안'의 기초자료로 활용된다.○"수은이 해외투자 및 경협 전담해야"

금융연구원은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의 지속적인 경제발전과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수출확대와 기업의 세계화 및 자원의 안정적 확보가 필수적이고 이를 뒷받침해 주는 정책금융기관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수출입은행의 역할 강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미국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이 모든 국책은행을 민영화하는 가운데서도 수출입은행만큼은 기능과 역할을 강화하는 추세라는 설명도 덧붙였다.금융연구원은 수출입은행의 중장기 발전 방향으로 △수출금융의 선도자 및 촉매자로서의 역할 강화 △해외투자 및 해외자원개발 전문은행으로서의 역할 확대 △대외경제협력 전담은행 및 남북협력 전담창구로서의 역할 수행을 꼽았다.

한국의 글로벌 경영체제 구축을 위한 해외투자 및 해외 자원개발사업과 북한과의 경제협력 추진 역할을 수출입은행이 맡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남북협력은행 설립시 수출입은행이 주도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산업은행이 최근 베이징 구상을 통해 해외진출 강화를 공표,수출입은행과 '영역 충돌'을 일으킨 데 대해 사실상 수출입은행의 손을 들어준 것으로 풀이된다.

○산은과 영역갈등 고조

이 보고서가 대외영역에서 수출입은행의 역할 강화를 제시함에 따라 해외 부문으로 영역확대를 꾀하고 있는 산업은행과의 갈등이 고조될 전망이다.

산업은행은 최근 베이징 구상을 통해 해외 진출기업들에 대한 해외 투자 및 사업자금 지원,해외 에너지 자원개발 금융지원으로 영역을 다각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수출입은행과 일부 TFT 위원들은 대외금융업무는 수출입은행을 중심으로 체계적인 통합 지원체제를 갖춰야 하며 산업은행이 해외투자나 해외자원개발자금을 지원하는 것은 산은법 제정 취지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이다.

수출입은행은 '대외',산업은행은 '대내'로 역할 구분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TFT 관계자는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발전전략에 대한 용역 보고서는 토론을 위한 기초 자료로 활용될 뿐 TFT의 최종 보고서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TFT 위원들 사이에서도 산은의 수은 영역침범에 대해 갑론을박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