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현 교수의 이슈경제학] 과잉 유동성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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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공개된 8월 금융통화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금융위원의 절반 이상이 시중의 과잉유동성을 흡수하기 위해 콜금리 인상을 주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마다 적정 유동성에 대한 논란은 있지만 높은 데서 낮은 데로 물이 흐르듯 뭉칫돈,곧 자금도 공급자로부터 수요자로 흘러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선 금융현상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자금이 필요한 주체가 자금의 수요자이고 자금을 제공하는 주체가 공급자다. 공급자로부터 수요자쪽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바로 간접금융과 직접금융이다.간접금융에서는 은행(상업은행)이라는 기관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금의 공급자들은 남는 자금을 은행에 예금으로 예치한다. 저축행위다. 이렇게 예금이 은행에 모이고 나면 이제 자금이 수요자에게 흘러갈 차례다. 은행은 대출신청자들을 잘 심사해 대출을 한다. 드디어 자금이 대출을 통해 수요자들에게 흘러들어간다. 이제 일정 기간이 지나 자금수요자가 원금과 대출이자를 갚으면 돈은 다시 은행으로 역류해 들어가고 은행은 이 돈으로 예금자에게 원금과 예금이자를 지급한다. 은행은 예금과 대출이자의 차이,곧 예대마진을 챙긴다. 은행의 돈장사이다. 마치 심장에서 온몸으로 공급된 피가 동맥과 정맥을 통해 다시 심장으로 환류하듯 자금이 공급자로부터 수요자 간에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돌아가는 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자금의 순환은 흔히 혈액순환에 비유된다. 피가 잘 돌아야 온몸의 건강이 유지되듯 돈이 잘 돌아야 경제가 건강하고 힘차게 굴러간다. 이처럼 예금으로 조성된 자금이 대출을 통해 집행돼 자금이 순환하는 기능을 금융중개(financial intermediation)라 하고 이러한 역할을 하는 기관을 금융중개기관(financial intermediary)이라 한다. 은행은 대표적인 금융중개기관이다.
그런데 대출받은 사람의 일부가 이자와 원금을 못 갚는 상황이 발생하면 돈이 모자라서 예금에 대한 원금과 이자를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수가 있다. 이 경우 자금순환에 이상이 생기면서 경제는 마비상태가 된다. 결국 이 대목에서 국가가 나서야 한다. 일정액수까지 예금을 보장하는 예금보험제도가 도입되고 예금자의 걱정은 사라진다. 그러나 이처럼 순기능을 가진 예금보호장치에도 역기능이 숨어있다. 예금은 은행이 조달한 돈인 동시에 갚아야 할 부채다. 그런데 예금보험제도는 은행의 부채인 예금을 국가가 책임지는 제도다. 이제 은행에서는 부채에 보험이 들어있으니 조금 살살해도 되겠지 하며 대출이 느슨해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보험으로 인해 행동이 방만해지는 것을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라 한다. 결국 예금보험제도는 은행조직에 도덕적 해이를 유발시키는 역기능이 있는 것이다.직접금융은 어떤가. 바로 자본시장이 중심이 된다. 시장은 '물건'이 거래되는 장소다. 그러면 자본시장에서는 어떤 '물건'이 거래되는가. 바로 주식 채권 등 유가증권이라는 '물건'이 거래된다. 돈이 필요한 기업은 시장에서 물건을 만들어 팔듯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해 자본시장에 판다. 이 증권이 시장에서 투자자에게 팔리면 판매대금이 기업으로 들어온다. 결국 주식 및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유가증권공급자=자금수요자) 그리고 이를 사들이는 투자자(유가증권수요자=자금공급자)가 직접 연결되면서 돈이 기업으로 흘러들어오는 것이다. 이때 자금공급자가 유가증권을 매수하는 행위는 투자이므로 유가증권투자에 기초한 이 금융은 투자금융이라고도 한다. 또한 이 시장에서 영업하면서 주로 유가증권의 매매,중개 등 각종 업무에 종사하는 금융회사들을 투자은행(investment bank)이라 한다.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해 대출로 운용하는 원래의 은행은 상업은행(commercial bank)이라고 한다)
결국 간접금융은 기관 중심 금융이고 예금.대출 중심 금융이며 저축에 기초하고 상업은행들이 역할을 하는 반면,직접금융은 시장 중심 금융이고 유가증권 중심 금융이며 투자에 기초하고 있고 투자은행들이 역할을 하는 금융제도다. 간접금융은 대륙법체계를 가진 독일과 일본 등에서 주로 발달한 반면 직접금융은 영미법 체계를 가진 미국과 영국 등지에서 주로 발달했다. 흥미있는 것은 간접금융제도 아래서는 기업이 주주 근로자 사회단체 정부 등 기업과 관련된 다양한 주체들을 골고루 의식해 영업행위를 하는 이해관계자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가 발달하는 반면,직접금융제도 아래서는 주로 주주의 이익을 중시하는 주주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미국의 투자은행들이 유가증권 분야에서 보여주는 실력은 세계 최강이다. 특히 메릴린치,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로 대표되는 빅3의 공력은 엄청나다. 그래서 그런지 미국은 개도국에 대한 유가증권시장의 개설,육성,발전 및 개방에 관심이 많다. 세계 최강의 자국 선수들이 마음껏 뛸 수 있는 운동장을 마련해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 때문인지 금융의 중심축이 자꾸만 유가증권 중심으로 쏠리는 금융의 탈중개화(disintermediation)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다. 비록 우리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에 한동안 은행 중심의 금융정책을 시행했지만 이제 향후 자본시장통합법의 통과와 함께 시장중심금융으로의 이행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과잉유동성 여부보다 돈이 필요한 곳으로 흘러갈 수 있는 환경조성이 중요하다.
/서울시립대 교수 chyun@uos.ac.kr
이를 위해선 금융현상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한다. 자금이 필요한 주체가 자금의 수요자이고 자금을 제공하는 주체가 공급자다. 공급자로부터 수요자쪽으로 자금이 이동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바로 간접금융과 직접금융이다.간접금융에서는 은행(상업은행)이라는 기관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자금의 공급자들은 남는 자금을 은행에 예금으로 예치한다. 저축행위다. 이렇게 예금이 은행에 모이고 나면 이제 자금이 수요자에게 흘러갈 차례다. 은행은 대출신청자들을 잘 심사해 대출을 한다. 드디어 자금이 대출을 통해 수요자들에게 흘러들어간다. 이제 일정 기간이 지나 자금수요자가 원금과 대출이자를 갚으면 돈은 다시 은행으로 역류해 들어가고 은행은 이 돈으로 예금자에게 원금과 예금이자를 지급한다. 은행은 예금과 대출이자의 차이,곧 예대마진을 챙긴다. 은행의 돈장사이다. 마치 심장에서 온몸으로 공급된 피가 동맥과 정맥을 통해 다시 심장으로 환류하듯 자금이 공급자로부터 수요자 간에 한 바퀴 돌아 제자리로 돌아가는 순환이 일어나는 것이다.
자금의 순환은 흔히 혈액순환에 비유된다. 피가 잘 돌아야 온몸의 건강이 유지되듯 돈이 잘 돌아야 경제가 건강하고 힘차게 굴러간다. 이처럼 예금으로 조성된 자금이 대출을 통해 집행돼 자금이 순환하는 기능을 금융중개(financial intermediation)라 하고 이러한 역할을 하는 기관을 금융중개기관(financial intermediary)이라 한다. 은행은 대표적인 금융중개기관이다.
그런데 대출받은 사람의 일부가 이자와 원금을 못 갚는 상황이 발생하면 돈이 모자라서 예금에 대한 원금과 이자를 제대로 지급하지 못하는 수가 있다. 이 경우 자금순환에 이상이 생기면서 경제는 마비상태가 된다. 결국 이 대목에서 국가가 나서야 한다. 일정액수까지 예금을 보장하는 예금보험제도가 도입되고 예금자의 걱정은 사라진다. 그러나 이처럼 순기능을 가진 예금보호장치에도 역기능이 숨어있다. 예금은 은행이 조달한 돈인 동시에 갚아야 할 부채다. 그런데 예금보험제도는 은행의 부채인 예금을 국가가 책임지는 제도다. 이제 은행에서는 부채에 보험이 들어있으니 조금 살살해도 되겠지 하며 대출이 느슨해지는 경향이 나타난다. 보험으로 인해 행동이 방만해지는 것을 도덕적 해이(moral hazard)라 한다. 결국 예금보험제도는 은행조직에 도덕적 해이를 유발시키는 역기능이 있는 것이다.직접금융은 어떤가. 바로 자본시장이 중심이 된다. 시장은 '물건'이 거래되는 장소다. 그러면 자본시장에서는 어떤 '물건'이 거래되는가. 바로 주식 채권 등 유가증권이라는 '물건'이 거래된다. 돈이 필요한 기업은 시장에서 물건을 만들어 팔듯 주식이나 채권을 발행해 자본시장에 판다. 이 증권이 시장에서 투자자에게 팔리면 판매대금이 기업으로 들어온다. 결국 주식 및 채권을 발행하는 기업(유가증권공급자=자금수요자) 그리고 이를 사들이는 투자자(유가증권수요자=자금공급자)가 직접 연결되면서 돈이 기업으로 흘러들어오는 것이다. 이때 자금공급자가 유가증권을 매수하는 행위는 투자이므로 유가증권투자에 기초한 이 금융은 투자금융이라고도 한다. 또한 이 시장에서 영업하면서 주로 유가증권의 매매,중개 등 각종 업무에 종사하는 금융회사들을 투자은행(investment bank)이라 한다. (예금으로 자금을 조달해 대출로 운용하는 원래의 은행은 상업은행(commercial bank)이라고 한다)
결국 간접금융은 기관 중심 금융이고 예금.대출 중심 금융이며 저축에 기초하고 상업은행들이 역할을 하는 반면,직접금융은 시장 중심 금융이고 유가증권 중심 금융이며 투자에 기초하고 있고 투자은행들이 역할을 하는 금융제도다. 간접금융은 대륙법체계를 가진 독일과 일본 등에서 주로 발달한 반면 직접금융은 영미법 체계를 가진 미국과 영국 등지에서 주로 발달했다. 흥미있는 것은 간접금융제도 아래서는 기업이 주주 근로자 사회단체 정부 등 기업과 관련된 다양한 주체들을 골고루 의식해 영업행위를 하는 이해관계자자본주의(stakeholder capitalism)가 발달하는 반면,직접금융제도 아래서는 주로 주주의 이익을 중시하는 주주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가 나타난다는 점이다.
미국의 투자은행들이 유가증권 분야에서 보여주는 실력은 세계 최강이다. 특히 메릴린치,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로 대표되는 빅3의 공력은 엄청나다. 그래서 그런지 미국은 개도국에 대한 유가증권시장의 개설,육성,발전 및 개방에 관심이 많다. 세계 최강의 자국 선수들이 마음껏 뛸 수 있는 운동장을 마련해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이 때문인지 금융의 중심축이 자꾸만 유가증권 중심으로 쏠리는 금융의 탈중개화(disintermediation) 현상이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다. 비록 우리의 경우 외환위기 이후에 한동안 은행 중심의 금융정책을 시행했지만 이제 향후 자본시장통합법의 통과와 함께 시장중심금융으로의 이행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과잉유동성 여부보다 돈이 필요한 곳으로 흘러갈 수 있는 환경조성이 중요하다.
/서울시립대 교수 chyun@uos.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