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국가적 배임행위

梁奉鎭 < 비상임논설위원 >

전시(戰時)작전통제권 환수는 국가적 배임(背任)행위에 해당하는가. 배임의 사전적 의미는 회사원 또는 공무원이 주어진 임무를 수행치 않고 '자기의 이익'을 위하여 국가나 회사에 재산상의 손해를 끼친 경우를 말한다.
국가적 자존심이 그 어떤 것보다 우선하는 가치(價値)라고 보는 사람들에게는 배임행위 운운하는 것 자체가 괘씸한 언사일 수 있다. 그러나 전작권 확보가 국민적 자존심 확보보다는 국내 정치에 활용하기 위해 펼친 정치행위라면 국민의 생명보다는 '자기 (또는 자기가 속해 있는 정당)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한'것이 되어 국가적 배임행위에 해당된다는 것이 많은 사람들의 지적이다. 평시(平時)작전권은 이미 우리 수중에 있다. 다만 전쟁이 났을 때만 행사하도록 되어 있는 아주 제한적이고 한계적인 경우의 자존심을 위해 한·미동맹을 저버리고 국민들에게 천문학적인 경제 부담을 지우려는 노선은 아무리 좋게 보아도 허영심이거나 불필요한 비용 과다지출에 해당한다는 게 일반 국민의 시각이다.

노무현 정부는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烏飛梨落) 격'이라고 주장할지 모르지만 전작권이라는 무지개가 뜨자 곧바로 미8군 해체가 가시화됐다. 북한이 오매불망(寤寐不忘) 꿈속에서까지 되뇌던 미군 철수가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을 위해 추진한 것일 리는 없지만 결과적으로 북한에 이로운 결과를 빚게 되니 이적(利敵)에 해당할 수밖에 없다.

세상만사 있는 척해서 좋은 것은 없다. 일시적 허영심을 채워줄 뿐이다. 개인이나 기업이나 돈 있는 척하면 당장 늘어나는 것은 손 벌리는 사람들뿐이다. 돈 벌었다고 떠벌려 놓고 오는 손님 빈손으로 돌려보내면 돌아오는 것은 인색하다는 소리뿐이다. 노조는 노조대로 시끄러울 것이고,국세청은 세금고지서를 올리고,하청업체는 "요즘 장사 잘 된다는데 구매원가 좀 올려주시지 않겠느냐"는 애원을 할 것이 뻔하다. 그래서 현명하고 단단한 사람은 외화내빈(外華內貧)보다는 외빈내실(外貧內實)을 추구하는 것이다.

허영심 또는 '허튼 짓'은 경제학의 오래된 연구 과제다. 이른바 경제·경영교과서들이 설명하는 '대리인 문제(agency problem)'가 바로 그것이다. 기업의 주인(principal)은 주주다. 회사의 최고경영자(CEO)는 이들 주주의 대리인(agent)에 불과하다. 마찬가지로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고 대통령은 국민의 대리인에 불과한 것이다.

주인인 주주들이 경영자에게 원하는 것은 이익을 내는 것이다. 주인인 국민이 대리인 대통령에게 원하는 것은 헌법과 체제수호 그리고 국민복지다. 그런데 이런 핵심 과제는 제쳐놓고 미모(美貌) 위주로 비서들을 과잉 채용하고,쓸데없이 넓은 사무실에 붉은 카펫(red carpet) 깔기에 바쁘며,회사 일과는 상관없는 일에 법인카드를 마구 사용하는 등의 '딴 짓 (perk)'만 하는 대리인들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는 것이 이른바 경제학에서 쓰는 용어인 '대리인 문제'인 것이다. 예를 들어 공기업의 낙하산 부대,자치단체의 해외여행 붐뿐 아니라 심지어 노무현정부가 느닷없이 사들이는 '짝퉁 자주(自主)' 또한 나라를 걱정하는 사람들에겐 불필요한 '딴 짓'이자,이적행위이고 국가적 배임행위인 것이다. 주인들은 이 같은 고용 경영자들의 '딴 짓'또는 모럴 해저드(moral hazard) 방지를 위해 끊임없이 모니터링을 해야 하는데,이때 수반되는 비용이 바로 경제학에서 말하는 '감시비용(monitoring cost)'이다. 결국 이를 최소화하는 방법과 시스템 도출이 경제학이 추구해온 오랜 핵심과제 중 하나라는 뜻이다.

유례없이 긴 추석 연휴가 찾아 왔다. 추수로 바빠야 할 시기에 안보상 겨울은 너무 빨리 왔고 비상용으로 숨겨놨던 곶감 빼먹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와 올 추석은 어느 때보다 스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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