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선물 보면 그 시대가 보여요

올 추석 시즌의 선물상품 가운데 가장 인기를 끈 건 무엇일까.

롯데백화점에 따르면 본격 추석선물 세일에 들어간 지난달 22일 이후 홍삼 선물세트가 갈비를 제치고 매출 1위를 차지했다.'웰빙(참살이)'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그만큼 높아졌음을 반영하는 셈이다.

유통업계는 추석선물 시즌을 전반적인 산업 및 소비 트렌드를 파악하는 지렛대로 삼고 있다.

1950년대까지만 해도 제대로 된 선물상품이 없어 농가에서 갓 수확한 찹쌀,고추,계란,돼지고기,밀가루,토종 닭 등을 주고받다가 경제개발 드라이브가 시작된 60년대 이후 공산품 선물이 본격 등장했다.백화점이 처음 추석선물 카탈로그를 만든 것은 1965년.그해 신세계백화점 카탈로그에 실린 선물은 모두 96종류였다.

한 봉지에 780원인 '그래-뉴 설탕'이라는 브랜드의 6kg짜리 설탕이 최고급 선물로 인기를 끌었다.

1960년대 말에는 맥주와 라면도 선물세트로 나오기 시작했다.1970년대에는 경공업이 발전하면서 나일론 제품의 인기몰이가 시작됐다.

대표상품은 '스타킹'과 '빨간 내복'.화장품과 그릇,라디오도 추석 선물로 등장했다.

다방과 음악실이 유행하면서 동서식품의 맥스웰 커피세트도 젊은이들 사이에 인기 '짱'이었다.조미료세트,어린이 과자세트 등도 나와 선물의 집적화가 시작됐다.

본격적인 고도 산업 발전기인 1980년대 들어서는 상품 종류가 70년대의 200여종에서 1000여가지로 더욱 다양해졌다고 고인식 한국백화점협회 상근부회장은 회고했다.

1980년대 후반부터는 추석명절 선물의 대명사가 된 정육세트가 등장했다.

고급 과일 등 고급 식료품과 참치 통조림 등 규격식품도 새로운 장르를 만들며 소비자들을 유혹했다.

1990년대 들어선 수입양주가 베스트셀러로 떠오르는 등 소비 양극화 추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상품권이 선물로 각광받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5000~3만원대의 저가 생활용품세트도 서민들 사이에 꾸준히 입지를 넓혀갔다.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1990년대에 등장한 상품권이 더욱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백화점상품권,구두상품권,주유상품권,문화상품권 등이 등장했다.

남궁 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