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반기문 유엔총장'에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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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相桓 < 한국외대 교수·정치외교학 >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9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단일 후보로 사무총장에 공식 추대될 예정이다. 네 번의 예비투표 끝에 안전보장이사회의 추천을 받은 반 장관의 사무총장 선출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유엔 사무총장은 그동안 중견국가의 무난한 인물이 정치적 타협의 결과로 선출돼 왔다.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유엔이 '세계 중재자(world moderator)'에 의해 이끌어져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이는 힘(power)과 규범(institution)의 조정자로서 국제사회의 역학구도를 반영하면서 제도적 틀 내에서 분쟁을 해결해야 하는 유엔 사무총장의 임무를 잘 대변한다.
이러한 사무총장직이 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 1960년대 초 소련의 흐루시초프는 사무총장직의 폐지를 주장했다. 서구국가들의 수적 우위로 인해 서구국가 혹은 그 우방국(友邦國)의 인물이 사무총장에 잇달아 선출되자 1인 사무총장 제도를 3인 위원회 제도로 바꾸자는 제안을 한 것이다. 하지만 미·소 양 진영과 비동맹 세력을 각각 대표하는 3인으로 구성되는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하려는 시도는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유엔 사무총장은 강대국의 영향력에 의해 외교적 운신의 폭이 사실상 제한돼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북한 핵문제로 최근 국제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갈등 지역에서 사무총장을 배출하는 경우 운신의 폭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강대국의 틈바구니 속에서 '홀로서기'를 어떻게 하느냐가 취임 후 반 사무총장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예를 들어 부트로스-갈리 전 사무총장은 미국과의 관계 악화로 재선(再選)에 실패한 처음이자 유일한 사무총장이 됐다. 따라서 강대국과의 외교적 줄다리기 속에서 사무총장으로서의 독자적 공간을 적절히 확보할 것을 첫 번째로 주문하고 싶다.
금년 말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오늘날 국제사회가 직면한 과제로 다섯 가지를 지적했다. 우선 발전 과제로 AIDS와 아프리카 문제 등의 해결을 주장했으며,평화와 안보라는 과제 하에 분쟁 방지와 평화 유지,테러와의 전쟁,대량살상무기의 비확산 등을 강조했다.
그 외에 인권 신장,유엔의 역할 강화,그리고 시민사회와의 연계 등을 주요 의제로 언급했다. 자신의 임기였던 지난 10년을 회고하면서 그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세계 곳곳을 누비는 국제적 서비스 제공자로서 유엔의 역할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오늘날 국제사회는 '인권이 주권을 우선한다'는 신(新)국제주의의 원칙 하에 유엔의 역할을 한층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요구에 부응해 유엔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테러 행위와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처가 미흡하고 환경오염과 질병 및 빈부격차와 같은 인간 환경의 개선을 위한 노력 역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한 차원 높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두 번째로 주문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반 사무총장에게 바라고 싶은 것은 '통일을 위한 외교'가 아닌 '외교를 통한 통일'에 나서달라는 것이다. 정부수립 이후 유엔 가입 이전까지 우리나라는 남북경쟁 구도 속에서 국제사회에서 소모적(消耗的) 외교전을 치러왔고,오늘에 이르기까지 통일이라는 국가적 과업을 위해 모든 외교적 노력을 해왔다. 한마디로 '통일을 위한 외교'를 수행해온 것이다. 통일이라는 목표가 블랙홀처럼 활용돼 우리의 외교적 지평을 확장하는 데 제한을 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반 장관의 사무총장 선출은 '외교를 통한 통일'로 통일에 대한 우리의 전략적 인식을 달리할 시점을 제공하는 것이다.
통일을 한반도 혹은 민족 문제로 한정하면서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과제로 보는 시각에서 탈피해,거시적 맥락에서 국제질서의 틀 안에서 이를 장기적 과제로 이해하고 접근하는 방식이 보다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이 9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단일 후보로 사무총장에 공식 추대될 예정이다. 네 번의 예비투표 끝에 안전보장이사회의 추천을 받은 반 장관의 사무총장 선출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유엔 사무총장은 그동안 중견국가의 무난한 인물이 정치적 타협의 결과로 선출돼 왔다. 루스벨트 미국 대통령은 유엔이 '세계 중재자(world moderator)'에 의해 이끌어져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이는 힘(power)과 규범(institution)의 조정자로서 국제사회의 역학구도를 반영하면서 제도적 틀 내에서 분쟁을 해결해야 하는 유엔 사무총장의 임무를 잘 대변한다.
이러한 사무총장직이 위기를 맞은 적이 있다. 1960년대 초 소련의 흐루시초프는 사무총장직의 폐지를 주장했다. 서구국가들의 수적 우위로 인해 서구국가 혹은 그 우방국(友邦國)의 인물이 사무총장에 잇달아 선출되자 1인 사무총장 제도를 3인 위원회 제도로 바꾸자는 제안을 한 것이다. 하지만 미·소 양 진영과 비동맹 세력을 각각 대표하는 3인으로 구성되는 '트로이카' 체제를 구축하려는 시도는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유엔 사무총장은 강대국의 영향력에 의해 외교적 운신의 폭이 사실상 제한돼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북한 핵문제로 최근 국제적으로 가장 주목받는 갈등 지역에서 사무총장을 배출하는 경우 운신의 폭은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 강대국의 틈바구니 속에서 '홀로서기'를 어떻게 하느냐가 취임 후 반 사무총장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예를 들어 부트로스-갈리 전 사무총장은 미국과의 관계 악화로 재선(再選)에 실패한 처음이자 유일한 사무총장이 됐다. 따라서 강대국과의 외교적 줄다리기 속에서 사무총장으로서의 독자적 공간을 적절히 확보할 것을 첫 번째로 주문하고 싶다.
금년 말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오늘날 국제사회가 직면한 과제로 다섯 가지를 지적했다. 우선 발전 과제로 AIDS와 아프리카 문제 등의 해결을 주장했으며,평화와 안보라는 과제 하에 분쟁 방지와 평화 유지,테러와의 전쟁,대량살상무기의 비확산 등을 강조했다.
그 외에 인권 신장,유엔의 역할 강화,그리고 시민사회와의 연계 등을 주요 의제로 언급했다. 자신의 임기였던 지난 10년을 회고하면서 그는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세계 곳곳을 누비는 국제적 서비스 제공자로서 유엔의 역할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오늘날 국제사회는 '인권이 주권을 우선한다'는 신(新)국제주의의 원칙 하에 유엔의 역할을 한층 요구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요구에 부응해 유엔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테러 행위와 대량살상무기의 확산에 대한 실효성 있는 대처가 미흡하고 환경오염과 질병 및 빈부격차와 같은 인간 환경의 개선을 위한 노력 역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다양한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한 차원 높은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것을 두 번째로 주문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반 사무총장에게 바라고 싶은 것은 '통일을 위한 외교'가 아닌 '외교를 통한 통일'에 나서달라는 것이다. 정부수립 이후 유엔 가입 이전까지 우리나라는 남북경쟁 구도 속에서 국제사회에서 소모적(消耗的) 외교전을 치러왔고,오늘에 이르기까지 통일이라는 국가적 과업을 위해 모든 외교적 노력을 해왔다. 한마디로 '통일을 위한 외교'를 수행해온 것이다. 통일이라는 목표가 블랙홀처럼 활용돼 우리의 외교적 지평을 확장하는 데 제한을 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반 장관의 사무총장 선출은 '외교를 통한 통일'로 통일에 대한 우리의 전략적 인식을 달리할 시점을 제공하는 것이다.
통일을 한반도 혹은 민족 문제로 한정하면서 단기간에 해결할 수 있는 과제로 보는 시각에서 탈피해,거시적 맥락에서 국제질서의 틀 안에서 이를 장기적 과제로 이해하고 접근하는 방식이 보다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