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다시 성장이다] 9.28 기업환경개선 종합대책‥기업 氣살리기 크게 미흡

정부가 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이끌어내기 위해 많은 고심 끝에 최근 내놓은 '역작'이 바로 '9·28 기업환경개선 종합대책'이다.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취임 2개월여 만에 처음으로 내놓은 작품이라는 데서 기업 '기(氣) 살리기'의 필요성을 정부도 잘 인식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하지만 현 법체계에 전면적으로 '메스'를 대야 하는 대기업의 주요 요구사항에 대해서는 손을 대지 못함으로써 반쪽자리 대책이라는 평가가 많다.



◆선진제도 도입 추진은 긍정 평가이번 대책이 1회성으로 끝내기보다 법이나 제도 선진화에 초점을 맞춰 근본적인 변화를 꾀한 것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정부가 이 같은 접근법을 취한 데는 권오규 경제부총리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사시절 경험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창업하거나 공장을 세우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복잡한 절차와 행정규제를 없애기로 했다.관리지역(옛 준농림지역)에 공장설립 유도지구를 새롭게 만들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이곳에 입주하는 공장은 사전환경성 검토,재해영향성 검토,도시계획위원회 심의 등 여러 단계의 사전규제를 받지 않아도 된다.

창업 때 12개에 이르는 부담금을 면제키로 한 것과 공장설립을 원스톱으로 대행키로 한 점도 창업자들의 부담을 덜어줄 전망이다.기계와 재고자산,저당권 등을 활용해 돈을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포괄적 동산담보제도와 저당권 유동화제도 등도 기업 자금애로 해소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법인형태인 유한책임회사에 대해 법인 단계에선 비과세,개인단계에서 파트너십과세를 하기로 한 것도 긍정적으로 평가받고 있다.

유병규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본부장은 "고비용 유발요소를 줄여나가고 쉽게 창업할 수 있도록 한 점은 고무적인 정책"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투자유인책 안 보여

대기업의 투자수요를 충족시킬 방안이 없다는 것이 이번 대책의 최대 결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재계는 그동안 △대기업의 수도권 공장설립 규제 완화 △조건 없는 출자총액제한제도 폐지 △적대적 M&A(인수합병) 대응책 강구 △이중대표소송제 도입방침 재검토 등을 요구해왔다.

정부는 이들 4개 요구를 사실상 모두 거부했다.

홍익대 김종석(경제학) 교수는 "경제상황에 대한 정부의 진단이 다소 현실적이고 경제 중심적인 쪽으로 옮겨간 것 같다"면서 "하지만 '균형발전' 등 현 정권의 핵심 정책기조는 넘어서지 못한 만큼 모든 사안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투자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했으면 좋겠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투자는 돈 있는 기업이 하는 것인데,이번 대책은 자금 여력이 있는 대기업을 자극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다.대한상공회의소는 논평을 통해 "정부가 적극적 의지를 가지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 중요하다"며 "출총제와 노동시장 유연성 강화 방안,상속세 부담 완화 방안 등의 추가 대책이 나오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