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이그노벨賞 "괴짜는 역시 괴짜"

불량배는 모기, 고주파를 쏴라 … 딸꾹질 멈추려면 항문을 찔러라…

'괴짜들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올해 '이그 노벨'(Ig Nobel)상은 여느 해와 마찬가지로 기지가 번뜩이는 10명의 과학자들에게 돌아갔다.어른들은 들을 수 없지만 청소년에게는 고막을 찢는 듯한 고주파를 흘려 가게 앞을 어슬렁거리는 10대들을 쫓아내는 초음파기 발명가와 직장(直腸)에 손가락을 넣어 난치성 딸꾹질을 치료한 의사 등이 그들이다.

이중 8명은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하버드대에서 열린 시상식에 자비를 들여 참석,상을 받았다.

이그 노벨상은 '사람들을 웃게 만들고 생각하게 함으로써 과학과 의학,기술에 대한 관심을 북돋우자'는 취지로 하버드대 계열의 과학 유머잡지 '엽기 연구 연보'(Annals of Improbable Research)가 1991년 제정한 상이다.매년 분야별로 저명 학술지에 발표된 연구성과를 토대로 주어지며 상금은 없다.

영국의 하워드 스테이플턴은 불량청소년 퇴치 고주파기를 발명, 쇼핑몰에 평화를 가져온 공로로 평화상을 받았다.

미국 테네시 의과대학의 프랜시스 페스미어 박사는 20년 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시도해 본 직장 손가락 마사지 요법이 심박동을 늦출 뿐 아니라 딸꾹질도 멈추게 만든 공로로 의학상을 받았다.딱따구리 모자를 쓰고 시상식에 참가한 이반 슈왑 박사는 딱따구리가 쉴 새 없이 나무를 쪼아대면서도 두통을 앓지 않는 이유를 규명해 조류학상을 받았다.

호주 연방과학산업연구기구(CSIRO)의 피어스 반스 박사와 과학 저술가인 닉 스벤슨은 단체 사진을 찍을 때 눈을 감은 채 찍힌 사람이 없도록 하려면 최소한 몇 장을 찍어야 하는지를 계산해내 진짜 노벨상 수상자들로부터 상을 받았다.

이들의 계산에 따르면 20명 이하가 카메라 앞에 서 있고 조명 상태가 좋다면 사람 수를 3으로 나눈 수만큼 촬영하면 된다는 것.단 조명이 안 좋을 땐 2로 나눈 수만큼 더 많이 셔터를 눌러야 한다.생물학상은 말라리아를 옮기는 학질모기가 사람의 발 냄새와 림버거 치즈 냄새에 똑같은 정도로 끌린다는 사실을 밝혀낸 네덜란드 탄자니아 오스트리아의 공동 연구팀에게 돌아갔다.

이 밖에 쇠똥구리가 '똥'을 선택하는 까다로운 기준을 밝힌 와스미아 알-후티와 파텐 알-무살람 등 두 영양학자와 손톱으로 칠판 긁는 소리가 왜 소름끼치는지를 밝힌 린 핼펀 등도 수상자에 포함됐다.

이그 노벨상의 역대 수상자 중에는 한국인도 2명이 끼어있다.1999년 권혁호씨가 향기 나는 정장을 개발한 공로로 환경보호상을,2000년에는 문선명 통일교 교주가 1960년부터 1997년까지 3600만쌍을 합동 결혼시킨 공로로 경제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최규술 기자 kyun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