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도에서 아이스크림 메뉴 개발자로 변신한 김기도씨

식빵의 머리 모양은 왜 3단일까?

김기도(29) 배스킨라빈스 아이스크림 메뉴 크리에이터(creator·개발자)를 제과·제빵의 길로 들어서게 한 '화두(話頭)'였다.경원대 식품생물공학과를 나온 김씨는 원래 생물에 관심이 많은 학생이었다.

하지만 학과 공부 과정에서 '발효'에 관한 공부를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빵'에 관심이 가더란다.

"책에서만 공부하던 것이 현실에서 내 입에 들어가는 음식에 적용되는 이론이라는 게 신기했습니다."김씨는 대학 졸업 후 '르 코르동 블루''파리 제과학교''리옹 제과기술학교'와 더불어 프랑스의 4대 제과·제빵 학원 중 하나인 '르노트르 제과학교'에서 전문 '파티셰(제과·제빵 전문가' 자격증을 취득했다.

한국의 한불제과제빵학원이 프랑스의 '르노트르 제과학교'와 제휴를 맺고 2002년부터 운영 중인 제과·제빵 교육반에서 17주를 배운 뒤 프랑스에서 19주 동안 교육을 다시 받고 시험을 봤다.

"파리에서 자격증을 취득할 때까지 서너 시간 이상 자 본 적이 없어요.언어가 안 되니 실력으로 승부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죠."

김씨는 한국으로 돌아와서 배스킨라빈스와 던킨도너츠로 유명한 'BR코리아'의 아이스크림 케이크 메뉴 개발팀에 입사했다.

단순히 빵을 만들기보다는 좀 더 새로운 재료들을 접해 보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하지만 아이스크림 케이크를 만든다는 것이 생각만큼 녹록지는 않았다.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기본적으로 '냉동'을 해야 해서 재료를 선택하는 데 제약이 많기 때문.가령 일반 케이크를 만들 때는 생과일을 많이 이용하지만 아이스크림 케이크에는 맛의 변질을 우려해 처음부터 재료에서 제외시킨다.

빵을 사용하는 것도 쉽지 않다.

냉동 보관하다 보면 수분이 빨리 빠져나가기 때문에 조금만 놔 둬도 촉촉한 느낌이 사라져 맛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이 활용하는 것이 초콜릿,견과류,산딸기 같은 재료들이다.

"이런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디자인적인 부분을 고려해야 합니다.

특히 케이크는 맛과 함께 미적인 요소도 사람들의 구매에 작용을 많이 하거든요."

김씨가 아이스크림 케이크의 모양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는 곳은 특이하게도 애니메이션이다.

애니메이션에 나오는 아이스크림만큼 예쁜 색과 독특한 디자인이 없다는 것이 그의 생각.그래서 아이스크림이 나온다는 만화책은 헌책방을 샅샅이 뒤져서라도 찾아내 '정독'한다.

이런 노력 끝에 개발한 것이 아이들을 위한 돌고래 모양의 아이스크림 케이크.돌고래 케이크는 시판한 지 1주일도 안 돼 아이스크림 케이크 중 매출 1위를 차지할 만큼 인기를 끌었다.

특정 품목이 판매 1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약 한 달 정도의 홍보 및 마케팅 기간이 필요한 것을 고려한다면 놀라운 성과다.

평소 돌고래 케이크를 자주 구매한다는 직장인 이유승씨(25)는 "아이스크림 케이크는 모양이 독특하고 새로워서 어른들도 자주 찾는 것 같다"며 "예쁜 케이크는 사진을 찍어 개인 블로그에 올리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보통 아이스크림 케이크와 아이스크림 둘 다 메뉴를 개발하는 데 걸리는 기간은 대략 3개월.시장 조사를 통해 요즘 젊은 사람들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찾아낸 다음 계절적인 요소,해외에서 유행하고 있는 인기 아이스크림의 흐름 등 다양한 부분을 고려한다.

마지막으로 내부 직원들이 맛을 보고 평가하는 품평회를 갖는다.

"품평회를 갖는 1주일 동안은 하루에 아이스크림 콘 기준으로 50개 이상 되는 분량만큼 먹죠.일과가 끝나면 김치찌개 생각밖에 안 납니다."

김씨의 다음 목표는 커피를 이용한 아이스크림 케이크 메뉴를 개발하는 일이다.

커피는 독특한 향이 강해 다른 재료와 함께 섞을 때 좋은 맛을 내기 힘들기 때문이다.

"아이스크림은 변화무쌍한 음식입니다.그러려면 저부터 다양한 재료와 그것을 요리하는 방법을 찾아내야겠죠."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