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도저 경제총리' 장기영의 인생 ‥ '뛰면서 생각하라'

"왜 항상 지프를 탑니까?"

"24시간 뛰어야 하는데 갑갑하게 세단을 탈 수 있습니까?"한국경제의 신화를 창조하던 시절 부총리와 경제기획원 장관을 지낸 백상 장기영.그는 별명 그대로 '질풍노도 CEO'와 '불도저 경제총리'였다.

100kg이 넘는 거구에다 울퉁불퉁한 인상,발걸음은 왜 그리 빠른지 증기기관차처럼 식식거리며 달렸다.

넘쳐흐르는 에너지를 주체 못할 정도로 정력적이던 그는 평생을 열정과 뚝심으로 일관했다.해박한 지식에 끝없이 샘솟는 정열,우직하면서도 위트와 유머가 넘치던 왕초 기질,때로는 폭군처럼 부하들을 엄하게 다루었으나 따사로운 인정을 가진 인물이었다.

'뛰면서 생각하라-한국적 최강 CEO 장기영'(한운사 지음,동서문화사)에는 이 같은 그의 삶이 600쪽 이상의 분량에 압축돼 있다.

책은 그를 '인간불도저'보다도 '철학적인 노력가'라고 평가한다.그는 늘 공부했다.

마르크스와 애덤 스미스,케인스는 물론 셰익스피어,플라톤의 책들을 탐독했다.

실무적이면서도 끊임없이 이상을 추구해나가는 학구적 야심가였던 것이다.그리고 늘 '무엇에든 미쳐보라'고 했는데 그것이 성공의 으뜸 비결이었다.

그가 주재하던 야간경제대책회의는 로마시대 콜로세움의 검투장을 방불케 했다고 한다.

콧대 높았던 장관들을 코너로 마구 몰았다.

기획원 안이 통과되면 부하직원들은 마음 속으로 우리 왕초 만세를 부르며 기뻐했다.

국제개발은행(IBRD) 등 외국 연구기관에서 그를 비롯한 한국 경제기획원 브레인들의 탁월한 기획능력과 행정능력을 격찬하게 된 것도 이 같은 열정 덕분이었다.

1차 경제개발 5개년 시절,그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돌진해나가는 힘과 국민경제 발전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되면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실천에 옮기는 두둑한 배짱,정부기관들의 마찰을 컨트롤하는 수완,시시비비 이해관계가 상반된 정치인들을 설득시키는 조정감각까지 발휘했다.

그가 친정인 한국일보로 돌아갈 때 박정희 대통령과 나눈 대화가 인상 깊다.

"적도 많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대한민국 경제부흥에 불을 붙인 사람은 백상이었습니다.

이 나라 근대화가 순조롭게 추진된다면 장기영 이름 석자는 영원히 빛날 것입니다."

"젊은 엘리트들은 방법을 가르쳐 주면 똑똑하고 박력있게 일을 잘해 나갑니다.

대통령께서 이들을 주목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나라 밑천은 인간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겉만 번지르르한 경력보다 실력 위주로 평가해 주시면 기운낼 사람들이 참으로 많이 있습니다." 623쪽,2만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