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稅外수입 목표 2兆 '구멍'?

북한 핵실험의 여파로 정부가 연내 추진할 계획이던 기업은행과 한국전력의 지분매각 작업이 차질을 빚게 됐다.

핵실험 이후 주식 시장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두 기업의 주가가 당초 매각 목표 가격을 밑도는 등 시장 상황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정부는 이미 두 기업의 2조원대 주식 매각 차익을 세외 수입예산에 반영해 놓은 상황이어서 매각이 이뤄지지 못하면 재정 적자 규모가 더 커질 전망이다.



○매각 작업 북한핵에 발목 잡혀재정경제부가 국회 재정경제위원회 문석호 위원(열린우리당)과 심상정 위원(민주노동당)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정부는 재경부가 보유한 기업은행 주식 7190만주(지분율 15.7%)와 한전 주식 1890만주(2.96%)를 총 2조144억원에 매각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를 세외 수입예산에 반영했다.

기업은행의 경우 해당 물량을 1조2844억원에,한전 주식은 7300억원에 각각 매각할 예정이었다.

이 같은 매각 규모를 주당 가격으로 환산하면 기업은행과 한전의 주당 매각 목표 가격은 각각 1만7800원과 3만8600원인 셈이다.문제는 두 기업의 주가가 아직 목표가에 미치지 못하는 가운데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졌다는 점이다.

한전은 지난 13일 종가가 3만6750원을 기록했고 기업은행은 같은 날 1만5700원에 장을 마쳐 목표 수준을 넘어서려면 주가가 12%가량 상승해야 한다.


○주가 전망도 '흐림'주가 전망도 썩 밝다고 보기 어렵다.

한정태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은행 업종의 주가 사이클은 경기와 동행 흐름을 이어가는 경향이 있는데 지금처럼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는 국면에서는 은행주의 수익 향상과 주가 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변동폭은 크지 않더라도 관리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윤희도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한전의 3분기 실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며 투자 의견을 '중립'으로 제시했다.


○연내 매각 가능할까

재경부는 일단 두 기업의 지분 매각 대금을 예산안에 반영해 놓은 만큼 연내에 적절한 타이밍을 잡아 지분을 매각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매각 목표 주가보다 낮은 가격에 주식을 팔면 기회손실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지분매각 일정은 해를 넘길 가능성이 커졌다.

특히 두 기업의 주가가 상반기에 고점을 찍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매각 타이밍을 놓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기업은행은 4월27일 2만750원을,한전은 5월4일 4만5100원을 각각 기록하는 등 목표 주가를 웃돌기도 했었다.금융계 관계자는 "기업은행의 경우 정부의 판단 미스로 민영화 일정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