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엔 환율 800원 붕괴] 42인치 TV 日製 1799弗 국산 2199弗

산업계에 또 다른 재앙이 몰려오고 있다.

달러화보다 더 큰 폭으로 약세를 보이고 있는 엔화의 움직임이다.엔 약세는 해외 시장 곳곳에서 일본산 제품들과 경쟁을 벌이고 있는 국내기업들에 엄청난 부담을 주고 있다.

브랜드 인지도와 신인도,기술력,비즈니스 네트워크 등에서 앞서나가고 있는 일본 기업들이 가격경쟁력까지 갖추게 되면서 전자 자동차 등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 품목들은 이미 고전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일본 전자제품이 더 싸졌다

세계적 TV 브랜드인 일본의 파나소닉은 지난 7월 이후 미국에서 판매하는 42인치 PDP(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 TV의 가격을 500달러나 내렸다.대당 2499달러였던 가격을 20% 인하해 1999달러에 팔고 있는 것.파나소닉은 이것도 모자라 지난달부터 베스트바이 등 현지 판매망에 대당 200달러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유통점에 대한 공급가격 기준으로는 실질적으로 700달러를 떨어뜨린 셈이다.

하지만 같은 기간 삼성전자와 LG전자의 동급모델 인하가격은 300달러에 그쳤다.일본 업체들이 엔화 약세를 등에 업고 과감하게 가격을 내릴 수 있는 반면 국내 업체들은 오히려 원화 강세에 시달리면서 가격경쟁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국산 디지털 TV가 세계 1,2위를 다투고 있지만 일본업체들의 노골적인 가격인하 공세가 시작되면서 일선 판매점들이 동요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파나소닉뿐만 아니라 LCD(액정표시장치) TV의 강자로 군림해온 일본 샤프 역시 올 하반기 들어 주력제품 가격을 30∼40% 인하했다.

LCD TV 분야에서 소니와 대등한 브랜드 파워와 제품력을 갖고 있는데도 현재 가격수준은 삼성 LG의 70∼80% 수준에 불과하다.


○자동차 조선에도 직격탄

자동차업계도 해외시장에서 원·엔 환율 하락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올 7월 4.9%에 달했던 현대·기아자동차의 미국시장 점유율은 지난달 4.2%로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 하락으로 가뜩이나 수출채산성이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경쟁사들인 일본 도요타와 혼다에 시장을 잠식당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최근 미국에서 판매되는 소형차 야리스(Yaris) 가격을 현대 베르나보다 500달러가량 싸게 내놓았다.

원래 야리스 가격은 베르나보다 1000달러 정도 높았지만 도요타가 가격을 낮추고 현대차는 수출채산성 유지를 위해 오히려 가격을 인상하는 과정에서 가격이 역전된 것.도요타는 또 지난 5월 '2007년형 캠리'를 미국에 출시하면서 신차 가격을 단 1%도 올리지 않았다.

이에 따라 캠리와 쏘나타의 가격차이는 종전 13%에서 9%로 좁혀졌다.

조선업계 역시 엔화 약세에 따른 수주물량 감소를 우려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한진중공업 STX조선 등 일부 중견 조선사들은 원화 강세 추세가 심화될 경우 중소형 컨테이너선(3000~5000TEU)이나 벌크선 분야에서 일본업체에 밀릴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조일훈·김동윤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