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2차 핵실험 징후] 美, 금강산관광 사업 중단.PSI 참여 요구

미국 고위 관리들이 잇따라 방한하면서 우리 정부에 금강산 관광을 비롯한 경협 재검토와 북한 선박에 대한 해상 검문 참여를 요구하는 등 거센 압박이 가해지고 있다.

17일 방한한 미측 6자회담 수석대표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는 금강산 관광을 문제 삼았다.우리측 회담 대표인 천영우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을 만난 힐 차관보는 금강산 관광에 대해 "북한 정권에 돈을 주기 위해 만들어진 것 같다"며 노골적으로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반면 개성공단에 대해서는 "인적 자본에 대한 투자이고 회사와 노동자들의 행동 등에 대한 국제적인 표준이 무엇인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힐 차관보는 "사견이고 내가 조언할 입장도 아니다"고 말했으나 "콘돌리자 라이스 국무장관은 북한이 다른 길을 택하도록 하기 위한 전반적인 논의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비록 사견임을 전제했지만 북한 핵실험의 여파로 최대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두 사업에 대한 힐 차관보의 이 같은 발언은 미국 정부의 시각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이에 대해 정부 고위 당국자는 "한국과 유엔 안보리 결의 1718호 채택에 따른 추가조치를 협의해야 하는 상황에서 개성공단 사업은 북한 개혁의 순기능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지만 금강산 사업은 조율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피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의 2차 핵실험 징후와 관련,힐 차관보는 "북한은 국제사회가 북한을 핵 보유국으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라이스 국무부 장관은 한·중·일 연쇄 방문을 앞두고 현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국과 중국의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 참여를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라이스 장관은 한국의 소극적 태도가 불만스럽지 않느냐는 질문에 "긴장을 고조시키지 않는 방식으로 이행하고자 하는 자연스런 우려"라며 한국이 참가 자체를 거부하지 않을 것이라는 희망을 내비쳤다. 정부는 무력 충돌 가능성 때문에 기존 남북 해운 합의서에 이미 북한 선박에 대한 검문 자격이 명시돼 있다는 것을 명분으로 PSI 참여에는 소극적인 입장을 내비쳐왔다.

또 다른 변수인 중국의 참여 여부에 대해서도 "중국이 의무를 외면할 것으로 우려하지 않는다"며 우회적인 압박을 가했다.라이스 장관은 남북 경협과 관련, "한국이 모든 대북 활동을 재평가할 것임을 분명히 한 만큼 어떤 결과가 나올지 지켜보겠다"며 사실상 경협에 대한 재검토를 요구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