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창조기업] 초일류기업 향해 '두~둥실'

미국 시애틀에 가면 퓨짓사운드 해협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파머스 마켓'이란 시장이 있다.

마치 서울 남대문시장처럼 생선과 과일,장식품 등을 판다.미국에선 보기 드문 재래시장이어서 주말이면 관광객들로 북적거린다.

이곳 점포들 중 유별나게 붐비는 곳이 있다.

바로 스타벅스커피 1호점이다.규모가 크거나 매장 인테리어가 깔끔한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곳을 방문하는 사람들의 눈빛에는 호기심이 엿보인다.

스타벅스의 힘이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해 하는 표정들이다.스타벅스가 커피를 하나의 문화상품으로 포장하기 전까지 커피는 그냥 커피에 불과했다.

그러나 커피에 '문화'란 가치를 불어 넣으면서 새로운 시장이 창출됐다.

소비자들의 숨겨진 감성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 낸 것이다.이에 힘입어 스타벅스는 세계 37개국에서 1만2000여개의 매장을 열며 우후죽순처럼 퍼져나가고 있다.

제조업에서도 가치 창조의 예를 쉽게 찾을 수 있다.

도요타는 올 회계연도 영업이익이 2조엔을 넘어 설 전망이다.

1조엔을 돌파한 지 불과 5년 만이다.

한 기업의 영업이익이 2조엔을 넘어서는 것은 일본 기업 중 처음이다.

도요타의 무한질주 뒤에는 어떤 가치가 숨겨져 있을까.

'기름을 적게 먹고 오래 탈 수 있는 고품질 차'로 요약된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자동차를 생산하고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차를 이용하는 미국 시장에 가보면 도요타의 저력을 실감할 수 있다.

웬만큼 산다는 중산층 이상의 사람들은 대부분 미국차보다 일제차를 선호한다.

잔고장 없이 오래 탈 수 있는데다 중고차로 팔 때도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다.

이처럼 도요타는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히 이해하고 만족시켜준다.

가치창조란 기업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각종 의사결정이나 부문별 목표와 성과를 가치란 잣대로 측정해야 기업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러나 1997년 말 외환위기 전만 해도 우리 기업들은 외형 부풀리기에 주력했었다.

내적 가치보다는 외적 과시에 치중했다.

외환위기 이후 기업 CEO들은 하나같이 이 점을 후회하면서 가치경영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과거 고도경제성장기 급속한 외형성장에 따른 비효율적인 투자와 차입금에 의존한 '고비용 저효율'경영의 부작용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이다.

기업의 시련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시장의 글로벌화로 인한 무역장벽 철폐로 경쟁상대는 더 크고 막강해졌다.

기술도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소비자 욕구가 날로 높아지면서 경영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수익성이 임계점에 달한 듯 저성장기로 접어들면서 외형위주의 경영은 리스크만 증대시킬 뿐이다.

이런 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가치창조경영이 해법이다.

이를 위해 한국경제신문사는 지난해부터 가치창조 기업을 발굴,시상하고 있다.올해는 이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18개 기업과 단체를 선정했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