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토작업 지나친 땅 피하라"

"지적도에는 없는 구거(도랑)가 여기 보이지 않습니까.

이런 땅은 사면 낭패 보기 십상입니다."지난 23일 충남 서천군 종천면 한 농지 앞.금융자산만 10억원 이상인 신한은행 프라이빗뱅킹(PB) 고객 40여명이 '땅투자 어떻게 하나'를 주제로 실시된 현장답사에서 부동산 전문가들의 설명을 듣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날 대표강사로 나선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팀장은 "토지는 기본적으로 장기투자 상품인 만큼 입지·개발호재 등 장점보다 하자가 없는지를 먼저 살펴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천군 서면 월호리에서 매물로 나온 농지(750평) 역시 '피해야 할 땅'으로 분류됐다.왕복 2차선에 접하고 있는 데다 정남향의 관리지역이지만,주변에 묘지가 산재해 있었기 때문이다.

고 팀장은 "주변에 묘지가 많으면 경관을 해칠 뿐 아니라 묘지 통행로 등의 문제가 불거져 개발이 쉽지 않다"고 조언했다.

서면 신합리의 농지(200평)도 '나쁜 땅'으로 지적됐다.도로변이고 가격도 평당 7만원으로 주변 시세보다 싼편이지만 지목이 '유지(溜地)'였기 때문.유지는 배수가 잘 되지 않아 물이 고여 있는 땅을 말한다.

관계법상 매립하기 힘들고,개발허가를 받더라도 토목공사 비용이 지나치게 높아진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펜션·모텔 등을 지을 수 있는 비인면의 해변 대지(780평)는 토지 소유주의 지나친 평토(平土) 작업으로 '좋은 땅'에서 '나쁜 땅'으로 바뀌었다.조강엽 신한은행 부동산전문가는 "토지 리모델링을 잘못하는 바람에 해안 조망권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서천(충남)=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