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정원 국민은행장 취임 2년‥'虎視牛步' 글로벌뱅크에 한걸음

최근 여의도 국민은행 본점 12층 강정원 행장 집무실 창문으로 천연기념물인 황조롱이가 날아들었다. 황조롱이의 행장실 방문은 1일로 창립 5주년 및 강 행장 취임 두돌을 맞은 국민은행에 행운을 전해주는 '길조(吉鳥)'로 해석돼 은행 본점이 작은 경사 분위기에 휩싸였다.

이에 화답하듯이 강 행장은 이날 서울 여의도 본점에서 열린 창립 기념식에서 "지난 2년간은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한 시기"라며 "발상의 전환과 적극적인 자세로 새로운 사업을 발굴하는 동시에 기존 사업을 보다 활성화시킬 방안을 적극 모색할 시점"이라며 본격적인 공격경영에 나설 뜻을 밝혔다.강 행장의 지론은 '호시우보(虎視牛步)'다. '호랑이처럼 매섭게 현실을 직시하며 소처럼 우직하게 걸어간다'는 뜻이다. '글로벌 스탠더드'와 '베스트 프랙티스'라는 엄격한 기준을 들이대면서도 소리없이 국민은행을 바꿔나가겠다는 것이다.

그는 2년 전 국민은행장으로 취임한 뒤 100일 만에 옛 국민은행.주택은행.국민카드 등 '한 지붕 세 가족'으로 나뉘었던 노조를 통합시켰다. 지난해엔 2조200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금융권 최초로 당기순이익 '2조원 클럽'에 가입했다. 만년 꼴찌권이던 고객서비스 만족도 역시 6개월 만에 수위권으로 끌어올렸다.

외환은행 인수전에선 인수합병(M&A)의 귀재로 불리는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과 맞붙어 승리했다. 취임당시 3만8300원이던 주가는 7만3800원으로 2배 가까이 뛰었다.하지만 그의 앞길은 결코 순탄치만은 않다. 꼬여있는 론스타와의 외환은행 인수계약 연장건을 풀어야 하는 어려운 숙제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지난달 16일 계약기간이 종료됐지만 한달반이 되도록 여전히 답보상태다. 더욱이 외환은행 헐값매각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의 칼끝이 론스타 본사 경영진에 정조준 되면서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졌다. 외환은행을 합병해 세계적 수준의 대형은행으로 도약하려 했던 그의 도전은 일단 제동이 걸렸다.

임기를 1년 남긴 강 행장의 눈은 이제 밖으로 향하고 있다. 지난 9월엔 중국공상은행 등과 기업자금관리서비스(CMS) 관련 전략적 제휴를 맺고 금융 수출의 발판을 마련했다. 해외 진출을 위한 태스크포스팀(TFT)을 주축으로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현지은행의 M&A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그의 진짜 승부는 이제부터다. 외환은행 인수를 마무리지어야 하고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해야 한다. 은행의 경쟁력을 세계일류 수준으로 높여가야 한다. 과연 황조롱이가 전해준 길조처럼 강 행장이 남은 임기 동안 국민은행을 '세계 금융의 별'로 우뚝 세운 뒤 연임에 성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병연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