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이종욱 WHO총장 부인 레이코 여사 "평생 감동만 주고 떠난 남편…"

"환자들을 진심으로 도와주는 젊고 잘생긴 의대생이었던 남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파라다이스그룹(회장 전필립)이 수여하는 '2006 파라다이스상 특별공로부문'수상자로 선정된 고(故) 이종욱 전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 대신 상을 받기 위해 13일 한국을 찾은 부인 가부라키 레이코 여사(61)는 타계한 남편을 기렸다.천주교 신자였던 레이코 여사는 1971년 성당에서 한센병 환자가 모여 사는 안양 나자로마을에 일손이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한국땅을 밟았다.

한국말을 배우며 봉사에 매달리던 중 의료봉사를 하러온 의대생 이종욱을 만났다.

아버지로부터 "자식하나 없는 셈 치겠다"는 말까지 듣고 한국에 온 데다 잔병치레가 많았던 레이코 여사에게 이 박사의 따뜻한 마음은 큰 위안이 됐고 수녀가 되려던 생각까지 돌려놓았다.레이코 여사는 "결혼 이후 남태평양 등 의료소외지역과 국제보건당국에서 활동하던 남편의 봉사정신에 자주 감동을 받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남편은 아들 충호(28)에게 '힘들게 산 사람이니 엄마를 슬프게 하지 말라'고 누누이 강조할 만큼 나를 아껴줬다"고 말했다.

레이코 여사는 최근 제네바 외곽 니옹의 전세아파트를 처분했다.그는 "내게는 남편이 집이었기 때문에 그가 세상을 떠난 지난 5월이 내가 집을 잃은 때"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레이코 여사는 5년 전부터 페루 결핵인 지원단체인 '소시오스 앤 살루(Socios En Salud)'에서 빈민 여성들에게 뜨개질과 자수를 가르치며 자활의 길을 열어주고 있다.

이번 상금 4000만원도 페루 빈민 구제사업에 쓸 예정이다.페루에서 봉사일을 시작하면서부터는 남편과 일년에 서너 번밖에 보지 못하고 떨어져 지내야 했다.

레이코 여사는 14일 오후 소피텔앰배서더호텔에서 서양화가 김홍주 교수,푸르메재단 김성수 이사장과 함께 파라다이스상을 받은 뒤 15일 대전 국립현충원에 있는 이종욱 사무총장의 묘소를 참배하고 16일 페루로 출국한다.

최규술 기자 kyusu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