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천연가스 OPEC' 만드나 ‥ 유럽국가들 '긴장'

세계 최대 천연가스 생산국 러시아가 주도하는'가스 OPEC'이 결성될 것인가.

에너지 자원을 무기로 세계 정치 무대에서 영향력을 급속하게 확대하고 있는 러시아가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같은 천연가스 카르텔을 결성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돼 관심을 끌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지난주 26개 회원국 대사들에게 '러시아가 중앙아시아 국가들을 비롯해 알제리 카타르 리비아 이란 등을 아우르는 가스 카르텔을 설립할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비밀 연구 보고서를 보냈다고 14일 보도했다.

만약 이 같은 움직임이 현실화된다면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할 것이 뻔해 러시아산 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은 물론 전 세계 경제가 또 한차례 커다란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NATO 경제위원회가 작성한 이 보고서는 러시아가 천연가스를 통해 그루지야,우크라이나와 같은 주변국에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며 같은 맥락에서 가스 카르텔을 결성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FT는 러시아가 자국 가스생산시설 투자를 줄이고 알제리 등 다른 가스 생산국들에도 영향력을 행사,투자를 제한할 경우 가스값 급등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주요 가스 생산국들이 가스 공급량을 조절하기 위해 투자와 생산 규모를 긴밀히 협의하게 되면 가격 상승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FT는 "NATO의 이번 보고서는 에너지 안보를 둘러싼 서유럽과 러시아 간 긴장 관계를 여실히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러시아는 유럽 천연가스의 24%를 공급하는 등 유럽의 주 에너지 공급국이나 올해 초 우크라이나에 가스 공급을 중단하면서 일부 유럽국가에서도 가스 공급량이 줄어드는 등 공급 차질을 초래했다.

러시아는 이달 초에는 그루지야에 공급하는 가스 가격을 2배 이상 올리겠다고 통보한 데 이어 유럽에 공급되는 러시아산 가스의 20%가 통과하는 벨로루시와도 가격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어 유럽 국가들의 애를 태우고 있다월스트리트저널은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국가 간 이견이 좁아지지 않고 있어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실제 폴란드는 유럽연합(EU)과 러시아 간 에너지 협력을 포함한 '영구 협력협정'체결에 반대하고 있는 반면 독일 등 나머지 유럽 국가들은 찬성하고 있다.

한편 러시아는 NATO 보고서 내용을 전면 부정하고 나섰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 공보부수석은 "러시아 에너지 안보 원칙을 이해하지 못한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다.그는 "러시아는 공급자와 소비자의 상호의존을 에너지 안보의 원칙으로 삼고 있다"며 "미친 사람이 아니고서야 러시아가 가스를 이용해 유럽을 협박할 것이란 생각을 할 수 있겠느냐"고 반박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