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7일자) 심상찮은 美의 車시장 개방 압력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과 포드,다임러크라이슬러 등 자동차 '빅3' 최고경영자들이 조지 부시 대통령을 만나 우리나라와 일본 자동차시장 개방(開放)을 위한 압력 행사를 요청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은 18일 베트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문제를 제기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앞으로 우리 자동차시장에 대한 미국의 개방압력이 더욱 거세질 것임을 예고한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미국 업계가 우리 시장이 폐쇄적이라며 배기량을 기준한 자동차 세제를 고치라는 요구는 억지스럽기까지 하다. 현재 배기량 3000cc 이상 대형차 시장의 수입차 점유율이 금액기준 절반에 육박하는데도 미국차가 맥을 못추는 것은 가격대비 품질 성능 디자인 연비 등이 일본이나 독일차보다 뒤떨어진 때문이다. 세제로 인해 미국차가 안팔리는 게 아니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미국 업계의 요구가 일과성(一過性) 문제제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데 사안의 심각성이 있다. 당장 보호주의 색채가 강한 민주당의 의회장악으로 시장개방을 요구하는 압박이 더욱 증폭될 게 틀림없다. 더욱이 이런 기류를 업고 다음달 열릴 한·미FTA(자유무역협정) 5차 협상에서 미국은 우리 시장개방 확대와 자동차 세제개편을 어느 때보다 강하게 요구할 것임을 짐작하기도 어렵지 않다.

이 문제가 FTA협상의 걸림돌이 되는 것은 물론 통상마찰을 유발할 소지가 크다는 점을 무엇보다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미국이 배기량 기준 세제 뿐 아니라 각종 관세·비관세장벽을 핑계로 어떤 규제를 들고 나와 우리 자동차 수출에까지 타격을 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우리 자동차산업의 국가경제 기여도나 수출에서 차지하고 있는 비중에 대해서는 새삼 설명할 필요조차 없을 것이다. 미국의 압력에 대해 어느 때보다 전략적인 대처방안 마련이 시급한 이유다.

당면한 FTA협상에서도 이 문제가 주요 쟁점이 될 게 확실한 만큼 정부와 민간업계가 합심해 보다 적극적인 대응논리 개발과 통상외교로 협상이 차질을 빚지 않도록 하고 마찰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으면 안된다. 미국이 문제삼는 자동차 세제도 세수(稅收) 측면만 볼 게 아니라 글로벌 스탠더드와 우리 자동차산업의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합리적 보완대책이 없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