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銀 손발 묶였으니‥" 외국계銀 대출확대 박차

금융감독당국이 대형 시중은행에 대해 사실상 주택담보대출 총량규제에 나섬에 따라 규제 대상에서 빠진 외국계은행 지방은행 등이 '반사 이익'을 누릴 전망이다.

특히 일부 외국계 은행은 이를 영업확장 기회로 여기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고 있다.17일 금융계에 따르면 한 외국계 은행은 이날 전 지점에 공문을 보내 "국민 농협 하나 신한 우리은행이 총량제 제한을 받아 오늘부터 사실상 신규 대출이 불가능한 실정"이라며 "대출 수요가 (외국계 은행으로) 넘어올 것에 대비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이 은행의 강남지점 관계자는 "오늘 금감원의 창구지도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택담보대출 문의가 평소에 비해 늘어났다"고 전했다.

일부 외국계 은행은 지점별로 마케팅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SC제일은행은 연말까지 기존 영업점장 전결 우대금리 0.2%포인트 외에 0.25%포인트를 추가로 깎아주는 '주택담보대출 특별판매(특판)'를 벌이고 있다.

SC제일은행 관계자는 "부동산시장 안정화 대책에 따라 우대금리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긴 하지만 아직까지는 우대금리를 적용해 상대적으로 이자가 낮은 대출을 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사와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도 이번 총량규제 대상에는 빠져 있지만 반사 이익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저축은행 관계자는 "다음주부터 은행에서 대출을 받지 못한 사람들을 상대로 영업을 강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은행보다 금리수준이 높은 데다 대부분이 사업자 대출이기 때문에 시중은행에서 넘어오는 일반 대출수요는 많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형 생보사 관계자도 "보험사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은행보다 0.3~0.4%포인트 높기 때문에 대형 은행에서 대출을 못 받는 고객은 지방은행이나 외국계로 먼저 옮겨가는 경향이 있다"며 "보험권도 대출수요가 늘긴 하겠지만 정도는 미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결국 이번 총량규제의 최대 수혜자는 외국계 은행이란 지적이다.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내 대형은행들에 대해선 '영업을 하지 말라'고 손발을 묶어 놓고 외국계 은행 등은 자유롭게 영업을 허용하는 것은 '역차별'"이라며 "지금이 어느 시대인데 아직도 관치에 의존하는지 모르겠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는 "주거래은행의 각종 혜택 등을 고려하면 대출 수요가 외국계 은행 등으로 쏠리는 것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병연·정인설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