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뜨는 별 '베트남 리포트'] (4) 8400만 인구의 합창… 2000弗 넘는 LCD TV 인기

19일 호찌민 중심가에 자리잡은 다이아몬드플라자 쇼핑센터.카르티에 페라가모 발리 등 명품 브랜드가 즐비한 1층 매장은 휴일을 맞아 백화점을 찾은 쇼핑객들로 가득하다.

4~5명의 손님을 동시에 상대하는 점원 얼굴에 엷은 땀방울이 비친다."2000년 문을 연 뒤 매출액이 매년 25~30%씩 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주 고객층이 외국인 투자 기업 주재원이었습니다만 지금은 현지인들이 훨씬 많습니다.

그만큼 베트남 사람들의 구매력이 커지고 있다는 얘기지요." 이왕걸 다이아몬드플라자 사장은 "내년 초 명품 중의 명품으로 불리는 '샤넬'도 입점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베트남에도 샤넬 제품을 살 만한 고객층이 생기고 있다는 얘기다.

같은 시각 호찌민 중심가에서 10km가량 떨어진 고급 주택단지 푸미흥의 대표 할인매장 '쿱 마트'.이곳 역시 늘어나는 중산층 덕분에 즐거운 비명을 지르기는 마찬가지였다.1000평이 넘는 매장엔 쌓여있는 물건 만큼이나 쇼핑객들로 넘쳐났다.

판매직원인 란 판티씨는 "화장품 샴푸 등 미용 관련 제품 판매가 늘면서 올해 전체 매출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20% 이상 증가했다"고 전했다.

베트남 내수시장이 급속도로 팽창하고 있다.8400만명에 달하는 인구와 연평균 7~8%에 이르는 높은 경제성장률이 맞물리면서 중산층이 확대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도이모이(쇄신)정책의 혜택이 집중된 하노이 호찌민 다낭 등 주요 대도시의 소비가 폭발하고 있다.

호찌민의 경우 최근 몇 년 사이 외국투자기업에 취직한 대졸 엘리트들과 무역,유통 등 자기 사업을 통해 큰 돈을 번 자영업자들이 늘면서 중산층 저변이 확대되는 추세다.

베트남의 1인당 국민소득은 600달러지만 호찌민은 2000~3000달러에 달한다.

베트남 내수시장의 또 다른 기반은 지하경제다.

베트남 국민들은 돈이 생기면 은행에 저축하기보다 집안 금고에 쌓아두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 중앙은행 조차 "지하경제 규모가 정부의 공식통계보다 더 많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힐 정도다.

실제 구매력은 통계보다 훨씬 높다는 얘기다. 하노이 호찌민 등에서는 허름한 옷차림의 거리 청소부가 휴대폰으로 통화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최동석 삼성전자 베트남법인 차장은 "베트남 사람들의 옷 차림새가 3~4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화려해진 데서 돈 씀씀이가 커지는 게 느껴진다"며 "실제 1인당 식사비가 20만동(약 1만4000원)을 넘는 고급 식당들이 현지인들로 언제나 북적일 정도"라고 설명했다.

소득이 증가하면서 소비제품도 고급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소득 수준에 비해 최첨단 IT(정보기술) 및 전자제품 판매가 빠르게 확대되는 게 베트남 내수시장의 특징이다.

이동통신 가입자의 경우 2003년 276만명에서 매년 2배가량 확대돼 올해는 2000만명을 넘길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TV PC 에어컨 냉장고 등 전자제품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엄상률 삼성전자 베트남법인장은 "베트남 내수시장이 확대되면서 올해 매출이 작년보다 34% 늘어난 3억17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며 "2000달러가 넘는 LCD TV 판매가 급증하는 등 고가 제품 판매도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베트남 내수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이를 노린 외국 유통업체의 진출도 잇따르고 있다.

현재 베트남에서 6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는 독일계 대형 할인마트 메트로는 앞으로 6개를 더 개설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최근 베트남에 1호점을 개장한 홍콩계 팍슨은 조만간 9개의 백화점을 추가할 계획이며,싱가포르와 태국의 대형 유통업체들도 베트남 진출을 서두르고 있다.

국내 업체로는 롯데마트가 주목을 끌고 있다.

롯데마트는 지난 17일 베트남 정부로부터 유통업 사업승인을 획득,2008년 상반기 호찌민에 1호점을 내기로 했다.

이 회사는 향후 5년 동안 15~20개 점포를 더 낼 계획이다.

베트남 최대 컨설팅업체인 인베트컨설트의 눠 시 안 호찌민본부 부사장은 "베트남 소비유통시장에는 아직 뚜렷한 메이저가 없다"며 "베트남 국내외 유통업체가 롯데마트의 공격적인 투자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베트남은 WTO 가입으로 향후 10여년 동안 8% 안팎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지속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시각.비슷한 경제구조를 갖고 있는 중국의 경우에서 볼 수 있듯 소비 유통시장은 경제성장률보다 3~4%포인트 높은 속도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베트남이 단순한 임가공 생산단지뿐만 아니라 성장잠재력이 큰 소비시장으로도 주목을 끌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