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 신자가 천주교로 옮긴 까닭은…

'교회는 세속적인데 성당은 성스럽다,교회는 피곤하지만 성당은 자유롭다,흑백논리가 지배하는 교회와 달리 성당은 융통성이 크다….'

개신교에서 천주교로 개종한 신자들이 털어놓은 속내다.개신교계의 목회사회학연구소(소장 조성돈)와 연구모임 '일상과 초월'은 오는 30일 서울 연지동 기독교백주년기념관에서 '현대인의 마음을 사로잡은 가톨릭 성장'을 주제로 포럼을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한다.

종교계에서 개종자에 대한 실제 조사와 학문적 연구는 매우 드문 일.

이 연구소의 정재영(실천신학대학원) 이승훈(한림대) 교수가 서울의 한 성당 신자 가운데 개신교에서 개종한 13명을 집담회 및 1 대 1 방식으로 심층면접해 개종 이유를 분석했다.지난해 11월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 지난 10년 사이 천주교는 74.4% 성장한 반면 개신교는 1.6% 감소한 것으로 나타난 데 착안한 연구다.

조사 결과 개종자들은 "교회가 지나치게 외형에 치중하고 있다.

헌금을 강요하고 직분에 연연하는 교인들의 모습에도 크게 실망했다" "하느님보다는 목사님을 하느님같이 섬기며 장로나 권사가 되려고 선거운동 하는 모습에 질렸다" 등의 적나라한 속내를 털어놓았다."천주교는 묵상을 강조하는 데 비해 개신교는 빠른 박자의 찬양을 부르며 자신의 신앙을 표출하기에 애쓴다""교인들의 친밀한 관계가 사생활의 영역을 해친다" "목회자와 상담한 내용이 다른 사람들에게 누설돼 불쾌했다"고도 했다.

다른 교회를 찾지 않고 성당으로 옮긴 것에 대해서는 "교회는 교단·교파를 따져야 하는 데다 목회자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선택하기가 매우 번거로운 반면 성당은 평준화돼 있기 때문"이라고 털어놨다.

이들은 천주교의 좋은 점으로 성스럽고 엄숙한 분위기와 성직자 및 신자들의 생활 모습,사생활이 존중되고 자유로운 분위기,술·담배·제사를 허용하는 융통성과 타 종교에 대한 관용적 태도 등을 들었다.개종자에 대한 연구여서 개신교의 단점이 부각되는 것은 불가피한 일.그러나 연구자들은 "이번 연구는 개종이나 특정 종교의 옳고 그름을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개종자들을 통해 현재 우리 사회의 종교성을 살펴보기 위한 것"이라며 "특정 종교의 우월함이나 크기를 내세우기보다 각 종교 신자들이 정체성을 가지고 의미 있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번 포럼에선 또 오경환 신부(인천가톨릭대 명예교수)와 박영신·조성돈 교수(실천신학대학원)가 각각 '가톨릭신자의 괄목할 만한 증가와 그 요인''한국 개신교회의 성장과 반전''목회사회학적 관점에서 보는 한국교회 마이너스 성장에 대한 원인분석과 대안'을 발표한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