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반면교사 된 한국

중국 상하이증권보에 최근 낯뜨거운 기사가 실렸다.

이 기사는 한국의 부동산정책을 실패한 정책으로 규정하고 한국을 닮아서는 안된다고 강조하는 내용으로 가득찼다.한국의 부동산정책이 중국의 조롱거리가 돼버린 것이다.

무엇보다 얼굴이 화끈거렸던 것은 한국의 부동산정책이 실패한 가장 큰 이유로 '정부가 시장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사람들은 돈이 있으면 가장 먼저 집을 사려고 하는데 정부가 이 욕구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의미다.정부의 고위관리들도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잇따라 사퇴했다고 덧붙였다.

한국의 부동산정책은 유동성을 축소해서 풀어야 하는데 이 단추를 끼우지 못하고 있다는 점잖은 충고도 곁들였다.

이 기사는 '중국이 한국 부동산정책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희망한다'로 끝을 맺었다.기사내용의 완성도나 또는 그들이 제시한 해법의 옳고 그름을 떠나 부끄럽다는 생각을 쉽게 떨칠 수가 없다.

중국 역시 부동산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긴 하다.

중국도 집값은 계속 뛰기만 하는 상황인데 과연 한국에 대해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있느냐고 시비를 걸고 싶은 생각이 굴뚝같다.하지만 정부가 부동산을 잡겠다고 하면서 고위관리들이 집을 두 채씩 갖고 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는 질문이라도 나온다면 궁색한 답변마저 찾기 어렵다는 게 얼굴을 더욱 화끈거리게 한다.

더구나 사회주의 색채가 농후한 변칙적인 시장경제체제에서 자본주의의 걸음마를 시작한 중국으로부터 '한국정부가 시장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야 한다는 사실에 숨이 턱 막힌다.

한국에서 배우긴 배우되 저렇게 하면 안된다는 것을 배우자는 주장에 마땅히 반박할 만한 근거가 없다는 것도 가슴을 답답하게 만든다.

얼마 전 한 중국 관리는 "한국은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중국에 좋은 스승이 됐다"고 말한 적이 있다.

한국이 한 것을 피하면 중국은 외환위기 같은 것을 예방할 수 있다는 비아냥 섞인 말이었다.한국은 지금 중국에서 스승은 스승이되 본받을 스승이 아닌 반면교사(反面敎師)로 전락하고 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