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나눔경영] 소비자의 고마움 봉사로 보답해요

'돈을 버는 것은 기본,봉사활동을 해야 일류다.'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이 '선택'에서 '필수'과목으로 바뀌고 있다.단순하게 기업 이윤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차원을 넘어섰다.

기업과 사회가 공생하는 차원으로 발전했다.

이런 흐름은 '지속 성장'이라는 화두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기업이 지속적인 성장을 하기 위해서는 그 토대인 사회의 발전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다.

또 기업의 도덕성이 중요하게 여겨지면서 사회공헌은 기업의 가치를 극대화하는 데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의 하나가 되고 있다.

대기업 최고경영자(CEO)인 J씨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이웃의 어려움을 깨닫는 한편 회사에 다니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배운다"며 "봉사활동을 하면서 직원들끼리 가까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이제 사회공헌 활동은 대기업의 전유물이 아니다.

이런 활동을 하지 않는 기업을 찾는 게 빠를 정도다.

기업 가운데는 유통업체들의 사회공헌 활동이 두드러진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유통업체들은 소비자들과의 접점을 갖고 있다.

어찌보면 소비자들이 기업을 키우고 있는 모양새다.

다른 기업들보다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인 이유다.

활동방식도 다양하다.

기부금을 내던 단순한 '퍼주기'식 방식에서 벗어났다.

봉사의 손길이 필요한 곳을 직접 찾아가 봉사활동을 한다.

롯데백화점은 2004년 4월 '환경가치 경영'을 선언하고 2008년까지 사회공헌,협력업체 친환경 네트워크 구축 등에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사회공헌 부문은 환경재단 '만분클럽 가입'과 환경보전 기금 마련 대바자,환경교육 이벤트 등을 통해 2008년까지 300억원 규모의 환경공헌 활동과 기부활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환경재단이 진행하고 있는 '만분클럽'은 매출액의 1만분의 1을 환경기금으로 사용한다는 기부약정 제도다.

롯데는 유통업체로는 처음으로 공식적인 환경 기부 정책에 참여하고 있다.

작년에는 환경보호기금 6억5000만원을 조성했고 올해는 8억원을 기부할 예정이다.

기부금은 어린이 환경학교 및 멸종 조류 보호 등에 쓰인다.

신세계는 1999년 12월 윤리 경영을 바탕으로 한 신 경영이념 선포식과 함께 나눔 경영을 통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신세계는 세전이익의 1% 이상을 사회공헌 활동 비용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임직원들도 유통업의 특성에 맞게 점포별로 사회봉사 활동 단체를 구성,한 달에 한 번 이상 보육원 및 독거노인 지원 등 다양한 나눔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신세계에는 본사를 비롯해 백화점 7개 점포와 이마트 103개 점포 및 관계사 등 전국적으로 150여개의 독립적인 봉사단체가 구성돼 있다.

작년에는 6만명이 참여해 8771회의 봉사활동을 벌였다.

현대백화점은 나눔 경영을 가장 활발하게 펼치고 있는 기업이다.

'그린마켓'이 대표적인 사례다.

다른 기업에서는 사례를 찾기 힘든 '고객참여형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봉사,나눔,기부'를 컨셉트로 2004년 본점에서 시작해 현재 11개 전점에서 분기마다 1∼2회씩 열리는 고객참여 자선 장터로 자리잡았다.

오는 11월26일 본점에서 100회 행사가 열린다.

그린마켓 수익금은 전액 사회단체에 기증한다.

압구정 본점의 경우 올해 그린마켓 수익금으로 서울지역 위탁시설 영아들에게 분유 1만통을 제공할 계획이다.

그린마켓이 유통업계의 대표적인 자선행사로 자리잡은 데는 고객의 적극적인 참여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매회 3000명 이상이 참여하고 연간 10만명이 행사장을 찾는다.

고객은 자기 상품을 행사용으로 기증할 수 있고,판매자나 봉사자로 행사에 직접 참여할 수도 있다.

다양하고 좋은 상품을 최고 90%까지 싸게 살 수 있는 것은 덤이다.

옥상공원·이벤트홀 등 넓고 쾌적한 행사 장소에서 각종 이벤트와 볼거리 등도 펼쳐진다.

홈쇼핑 업체들의 사회공헌 활동은 꽤 특이하다.

특히 GS홈쇼핑의 사회공헌 활동은 남다르다.

다른 회사들 대부분이 자선금 마련에 치중하는 데 비해 악기를 연주하는 법을 알려주고 다양한 문화활동을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등 불우한 아동들이 어려운 환경을 이겨내는 데 필요한 문화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는 것.'물고기'를 주는 게 아니라 '낚시하는 법'을 가르치고 있는 셈이다.

GS홈쇼핑의 사회공헌 활동 테마인 '무지개 상자'라는 단어 속에는 이 같은 원칙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빈곤 결손 아동들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따뜻한 심성을 키우고 자신을 사랑하며 자라날 수 있도록 지원하자는 취지의 정서 지원 프로젝트다.

현대홈쇼핑은 '엘라호야','클럽노블레스' 등의 업체와 손잡고 상품 판매 방송마다 수익금을 적립,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저소득층 아이들 공부방 건립,미혼모 쉼터 개설,결식아동을 위한 쌀 보내기,교통사고로 부모를 잃은 아이들에게 장학금 지급 등 다양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공부방 건립 사업은 지난 7월 굿네이버스와 협약을 맺고 '변정수 엘라호야' 방송의 수익금을 적립해 매년 한 개씩 공부방을 건립하고 있다.

올 10월에는 성동구 용답동에 '성동 좋은이웃 공부방'을 열어 현재 30여명의 아이들이 이곳에서 공부하고 있다.

지난해 1월 방송위원회가 매달 발표하는 '이달의 프로그램상' 명단에 CJ홈쇼핑이 올랐다.

홈쇼핑 업계에서는 드문 일로 상업 방송인 홈쇼핑도 사회 공익 활동에 참여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 의미있는 사례였다.

당시 수상한 프로그램은 2004년 12월에 방송했던 '사랑을 주문하세요'.결식아동의 사례를 보여주고 정기 후원자를 모집한 이 프로그램은 20분짜리 단 2회 방송으로 약 4억9000만원을 모금하면서 홈쇼핑 업계의 대표적인 사회공헌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았다.

CJ홈쇼핑은 사회공헌 방송을 월 1회 정기적인 프로그램으로 편성하고 2년째 지속적으로 방영하고 있다.

이제 사회공헌 활동은 기업평가에도 중요한 잣대가 되고 있다.

최근 능률협회컨설팅이 주관하는 대한민국 고객만족 경영 대상에서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 여부가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내년 초에 결정날 예정인 홈쇼핑 업계의 재승인 문제도 사회공헌 활동 계획의 구체적 실천이 중요한 항목으로 평가되고 있다.

남궁 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