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 스페셜] 세계는 '세컨드 라이프' 열풍…가상공간-현실 넘나들며 경제활동

가상의 사이버 공간에서 재미있는 경제활동을 하면서 돈도 벌어들이는 '사이버 비즈니스'가 급팽창하고 있다.

미국 벤처기업 린든 랩이 창안한 가상공간 '세컨드 라이프'(www.secondlife.com)는 실제보다 다양하고 다이내믹한 경제활동을 가능하게 하는 프로그램으로 이곳에서 큰 돈을 버는 사람들이 속속 탄생하고 있다. 세컨드 라이프에서는 자신의 아바타(인터넷에서 사용자의 역할을 대신하는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일이 가능하다.

아바타가 자신들이 이용할 집을 사고 물건을 만들어 파는 등 경제활동이 근본적인 토대다. 사이버 활동으로 번 돈을 실제 미국 달러화로 환전해 내주기 때문에 현실과 구분짓기 어려울 정도다.

독일의 아일린 그라프씨는 단돈 9.95달러를 투자해 2년여 만에 연매출 250만달러의 기업을 키웠다.활동하는 기업은 1만2000개가 넘고 순이익 상위 10대 기업은 연간 20만달러 이상의 수익을 내고 있다. 3년 전 탄생한 세컨드 라이프는 최근 들어 놀라운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중순 가입자 수가 100만명을 넘어선 데 이어 한 달 만에 50% 이상 급증,24일 현재 158만5711명에 달한다.

인기가 치솟자 도요타자동차,델컴퓨터,웰스파고은행,아디다스,IBM,마이크로소프트 등 글로벌 기업들도 속속 진출해 마케팅을 벌이고 있다.유명 가수는 사이버 공연을 열고 정치인은 기자회견을 갖기도 했다.

세계 언론도 주목,로이터는 가상의 편집국을 신설해 세컨드 라이프 거주자들에게 이곳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실시간 뉴스로 제공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세컨드 라이프는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경계가 없는 곳"이라며 "자본주의의 신천지(frontier capitalism)"라고 지적했다. 현실과 가상세계의 통합이 가속화하는 '웹 리얼리티(웹 현실) 시대'를 열고 있다는 얘기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세컨드 라이프가 누리꾼들의 참여 유도가 가장 큰 특징인 웹2.0 조류의 중심에 서 있다"고 평가했다.싸이월드 운영사인 SK커뮤니케이션즈의 유현오 사장은 "한국에선 2000년을 전후해 비슷한 시도가 많이 이뤄졌지만 유명무실해졌다"며 "세컨드 라이프가 아직은 초기 단계인 만큼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장경영 기자 long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