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제에 '弱달러 경고등' … 亞수출기업 타격 불가피

국제금융시장에서 달러 약세가 가속돼 아시아지역의 수출업체들에 비상이 걸렸다.

달러 약세는 유로화에 대해 특히 심하다.올 들어 하락폭은 10.8%. 엔화에 대해선 28일 반등했지만 여전히 달러당 116엔대의 약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20개월 만에 최저치인 유로당 1.3180달러까지 하락한 달러화가 기술적 반등을 거치더라도 기조적인 약세국면을 벗어나지 못해 내년에 1.40달러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이날 "달러가치가 지난주 주요 지지선인 유로당 1.30달러 선을 하향 돌파함에 따라 장기적인 달러 하락이 본격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가장 큰 요인은 금리다.

연 5.25%인 미국의 기준금리는 미국의 경기 둔화로 인플레 압력이 낮아짐에 따라 내년쯤 인하될 가능성이 커졌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과 일본의 경우 이르면 내달 중,늦어도 내년 초에는 추가로 금리를 인상할 전망이다.유로존의 금리는 연 3.25%다. 미국과 유럽 간의 금리차이가 좁혀지면 달러 매도가 늘어나게 된다. CNN은 헤지펀드들이 달러 매도를 늘리고 유로화를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보유외환에서 달러 비중을 축소시키겠다는 각국 중앙은행 관계자들의 잇따른 발언도 하락세를 부추기고 있다.

미국의 경상적자가 줄어들지 않는 반면 달러 자산에 대한 외국 수요는 줄어들고 있는 것도 달러약세 요인이다.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9월 중 3억7400만달러의 미 국채를 순매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 국채에 대한 순매도는 2003년 이후 처음이다.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인 스티븐 젠은 "달러화 가치가 급락하지는 않겠지만 앞으로 몇 달 내 유로당 1.35달러까지는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환전문사인 칼리온의 환율리서치 최고 책임자인 미투 코테차는 "달러화는 우선 1.35달러를 시험한 뒤 내년 상반기까지는 지속적으로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BNP파리바는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를 1%포인트 내린다면 내년 2분기 말에는 유로당 1.40달러까지도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슈퍼 유로 시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CNN은 "달러 약세가 가속화되면서 중국 한국 등 미국을 주요 시장으로 하는 아시아의 주요 수출업체들이 불가피하게 타격을 입게 됐다"고 전했다.

28일 달러화가 20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아시아 증시는 동반 하락세를 보였다.

수출환경이 나빠질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한국의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0.95% 하락한 1411.47에 장을 마쳤고 홍콩 항셍지수는 5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보이며 1.88% 내렸다.

이 밖에 대만(-0.71%) 싱가포르(-1.06%) 인도네시아(-1.48%) 인도(-0.96%) 필리핀(-1.36%) 등 대부분 아시아 국가 증시가 큰 폭의 하락세를 나타냈다.

MSCI 아시아·태평양 지수 역시 0.7% 하락했다.

일부에서는 달러화 하락이 단기간 내 급격히 이뤄질 경우 세계 금융시장에 커다란 충격을 줄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IMF도 최근 발표한 내년도 세계경제전망 보고서에서 "전 세계적으로 달러 표시 자산에 대한 수요가 동시에 줄어들 경우 급격한 달러 가치 하락을 가져와 세계경제 성장세에 급브레이크가 걸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김선태 기자 k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