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위 "외환銀 고배당 좌시하지 않겠다"

금융감독당국이 외환은행의 고배당 움직임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은 고배당으로 인한 과도한 현금유출이 자칫 외환은행의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실제로 외환은행이 1조원의 현금배당을 하면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약 2%포인트 낮아지는 등 건전성 지표는 크게 악화된다.금융계는 감독당국의 견제로 론스타펀드의 투자자금 회수전략은 차질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BIS비율 10.3%까지 급락할 수도미래에셋증권 분석에 따르면 외환은행의 지난해 이익잉여금 9582억원과 올해 당기순이익 1조2000억원(추정치)을 고려하면 올해 결산 주총에서 상법상 최대 배당가능 금액은 1조7000억원이다.

만약 외환은행이 법적 최대한도까지 고배당할 경우 론스타는 지분율 64.6%와 배당소득세(16.5%)를 감안하면 1조1222억원의 현금을 손에 쥘 수 있다.

한정태 미래에셋증권 금융팀장은 "외환은행에서 배당으로 1조7000억원의 현금이 빠져나갈 경우 그만큼의 자기자본이 줄어들어 BIS 자기자본비율은 9월 말 현재 13.87%에서 10.3% 수준으로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이 같은 BIS비율은 은행권 평균치 13.08%에 비해 훨씬 낮은 최하위 수준이다.

물론 10.3%의 BIS비율은 금융당국의 지도기준 10%를 웃도는 것이어서 당장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갑작스런 BIS비율 하락에 대해 감독당국이 팔짱을 끼고 있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배당 후 블록세일 가능성국민은행과 외환은행 매각계약을 파기한 론스타는 향후 외환은행에서 고배당을 받은 뒤 보유 지분을 해외 펀드에 '쪼개서 매각(블록세일)'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론스타의 존 그레이켄 회장은 국민은행과의 계약파기 전에 블룸버그통신과 가진 인터뷰에서 "다른 이사회 멤버들과 함께 배당금을 지급할 수 있을지를 판단하기 위해 외환은행의 재정 상태를 살펴볼 것"이라고 말해 외환은행이 올 결산 주총에서 대규모 배당을 실시할 것임을 시사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배당과 해외 블록세일을 통한 자금회수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론스타가 블록세일을 통해 지분을 처분할 경우 보유지분 64.6%를 10%미만씩 여러 묶음으로 나눈 뒤 해외펀드에 순차적으로 매각하게 되면 외환은행은 뚜렷한 지배주주 없이 독자생존 모델로 갈 것으로 보인다.

은행 지분 10% 이상을 사려면 금감위의 주식취득 승인을 받아야하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지분을 10%미만 단위로 쪼깨서 판다는 것이다.감독당국의 한 관계자는 "론스타가 블록세일을 통해 지분을 매각하게 되면 외환은행은 뚜렷한 지배주주 없이 독자생존 모델로 갈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