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그룹, 전문경영인 - 오너 '투톱' 체제로

구학서 신세계 사장과 정용진 경영지원실 부사장이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신세계의 전문경영인과 오너경영인 간 협력경영 체제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신세계는 29일 구 사장과 정 부사장을 각각 부회장으로 선임하는 등 임원 승진자 30명을 포함,총 54명에 대한 정기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전 계열사 CEO 유임

이번 인사로 7년 만에 사장에서 승진한 구 부회장의 입지가 더욱 공고해졌다는 게 그룹 안팎의 평가다.

정 부회장이 부사장에서 2단계 승진하기는 했지만,직접 경영일선을 챙겨야 하는 '사장' 타이틀이 적절하지 않다는 점 등이 감안됐다는 설명이다.실제로 정 부회장에게는 '경영지원실 부회장'이라는 직책이 주어져 아직은 행동반경이 제한적일 것임을 시사했다.

구 부회장의 곁에서 좀더 경영수업을 받으라는 어머니 이명희 회장의 배려인 셈이다.

구 부회장 승진과 함께 전 계열사 대표이사를 유임시킨 것도 주목되는 대목이다.올 한 해 월마트코리아 인수 등 사세 확장으로 경영 실적을 향상시킨 데 대한 보상과 함께 각 사별 책임경영 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오너가(家)의 의지가 녹아있다.

◆'차세대 주자'도 윤곽

이번 인사의 또 다른 관전포인트는 구 부회장을 이을 차세대 주자들의 윤곽이 드러난 것.가장 관심을 끄는 인물은 이번에 경영지원실장으로 발탁된 허인철 부사장.허 부사장은 그룹 내 재무통으로 최근 월마트코리아 인수를 성공리에 마무리한 공을 인정받아 승진했다.허 부사장은 일처리가 빈틈 없어 역시 재무통인 구 부회장의 신임을 받아온 인물.

그룹 내에서 '포스트 구학서'가 거론될 때마다 어김없이 등장하는,차세대 신세계를 이끌고 나갈 임원으로 평가받고 있다.

허 부사장과 함께 박영철 지원본부장,박건현 죽전점장(이상 상무),심화섭 이마트부문 상무,박임동 신세계건설 상무도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해 차기 신세계를 이끌 임원들로 평가받고 있다.

이 중 박영철 부사장은 강남점장으로 보직을 옮겼다.

◆최초 여성임원 발탁


신세계는 그룹 창사 이래 처음으로 여성임원을 발탁했다.

지난해 신설한 경영지원실 패션연구소의 손영선 부소장과 이마트부문 패션디자인실 권오향 실장을 각각 상무보로 승진시킨 것.백화점 패션부문을 대폭 강화해 롯데백화점과의 격차를 줄이고,신선식품에서는 더 이상 차별화가 어려워진 대형 마트에서도 의류 분야 매출을 극대화시킨다는 전략인 셈이다.또 백화점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본점과 죽전점장을 부사장급으로 전진 배치시켰고 중국 이마트사업의 강력한 추진을 위해 총괄임원을 부사장급으로 격상시켰다.

김동민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