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거래소, 상장후 우량 ㆍ고배당株로… 홍콩ㆍ싱가포르 등

지난 10월 중순 세계 증시 역사상 최대 규모의 IPO(기업공개)로 주목받은 중국 공상은행(ICBC)의 상장 당시,공모물량의 3분의 2 이상은 중국 본토가 아닌 홍콩 증시에서 이뤄졌다.

총 공모 규모 220억달러 가운데 160억달러가 홍콩 증시를 통해 기관 및 개인들에게 돌아간 것. 골드만삭스 메릴린치 등 세계 유수 투자은행들도 상하이가 아닌 홍콩 증시를 통해 ICBC 주식 공모에 참여했다.이 같은 성과는 어떻게 가능했을까. 로렌스 폭 홍콩거래소 수석부사장은 "세계 자본시장에서 차지하는 홍콩 증시의 위상이 높아진 데 따른 것이지만 그 뒤에는 홍콩거래소의 지원도 무시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거래소가 다른 아시아 국가들에 앞서 자체 기업공개를 통해 투명성을 높인 후 금융 환경이 좋아졌고,덩달아 세계 유수의 투자은행들이 속속 홍콩으로 몰려들면서 대규모 주식발행 등 투자은행 업무들이 홍콩 시장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는 얘기다.

폭 부사장은 "실제 세계 100대 투자은행 중 70개가 홍콩에 진출해 있으며 홍콩 거래소의 인프라를 이용하는 전 세계 증권사만도 700개에 이른다"고 설명했다.폭 부사장은 "홍콩거래소의 경우 금융 중심지로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1999년 상장한 결과 경영 효율성이 높아졌고 이익이 큰 폭 증가하는 등 재무구조도 좋아졌다"며 "안정적인 실적을 바탕으로 매년 이익의 90% 정도를 배당으로 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홍콩증시에서 거래소 주식은 고배당주로 투자자들 사이에 널리 인기가 높으며,주가도 공모 당시보다 226%가량 상승했다고 그는 덧붙였다.

2000년 싱가포르증시에 상장된 싱가포르거래소도 상황은 비슷하다. 존 골리퍼 싱가포르거래소 부사장은 "기업공개 후 대대적인 개방정책에 따라 현재 전체 상장기업 695개사 중 33%인 232개사가 외국 기업이며, 수수료 수입 증가로 자기자본이익률(ROE)이 20%대인 우량 상장사로 탈바꿈했다"고 설명했다. 배당가능이익이 매년 꾸준히 쌓여 배당성향(연간 순이익 대비 배당총액 비율)은 100%를 넘는다. 주가도 공모가 대비 332%가량 상승했다.

홍콩·싱가포르=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