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Focus] 중국기업 '기술 반격'이 시작됐다

중국기업들이 연합전선을 구축,서방기업의 기술 독점에 대한 반격에 나섰다. 이에 따라 중국 진출 한국기업들은 현지업체와 공동개발체제를 구축하는 등 기술개발부터 현지화해야 하는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로열티 제로'프로젝트중국의 40개 DVD(디지털 비디오 디스크)플레이어 메이커는 2008년부터 제품 생산을 완전히 중단키로 했다.

대신 중국에서 개발한 EVD(enhanced versatile disc)만 만들기로 했다.

DVD플레이어 한대당 내야 하는 로열티는 약 117위안 (약 1만4000원).반면 중국시장에서 팔리는 가격은 200~300위안이다.로열티가 판매가격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제품도 있다는 이야기다.

중국형 제품을 만들 경우 이 같은 로열티 부담이 크게 줄어들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거꾸로 중국업체에 로열티를 내야 하는 경우도 생길 수 있다.하이얼,TCL 등 13개 TV메이커들도 연합전선을 구축키로 했다.

당장 내년 3월부터 미국은 TV송출에서 아날로그방식은 배제하고 디지털방식만 쓰기로 했다.

이 경우 중국업체들은 컬러TV 한대당 30달러씩,한해에 최대 2조원의 로열티를 추가로 내야 한다.중국기업들은 연합체를 구성,각자의 특허권을 서로 공유하고 로열티 협상에서도 단체로 나서기로 했다.

내수시장에서는 경쟁관계지만 서방기업에 반격을 가하는 데는 혈맹을 맺기로 한 것이다.

○기술 주도권 확보가 목표

중국삼성 경제연구소 박승호 소장은 "기술 주도권 확보를 위한 벼랑끝 전술"이라고 평가했다.

전자 통신 방송 등 첨단기술분야의 기술 격차를 따라잡기 힘들기 때문에 아예 판을 다시 짜려 한다는 것.중국 기술이 주도하는 시장을 만들어 기술 주도권을 잡겠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한다.

이 같은 중국의 의도는 지난달 휴대전화 TV표준을 유럽과 미국형이 아닌 중국형(SiMi)으로 채택한 것에서도 읽을 수 있다.

이 기술은 차이나모바일 등 중국의 관련업체들이 공동개발했다.

중국기업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중국 진출 한국기업이 기술개발 기획 단계부터 현지화해 완전한 중국기업으로 변신해야 한다는 과제를 던져주고 있다.LG전자 관계자는 "중국업체나 대학들과 공동기술개발체제를 구축해 중국형 기술의 개발 기획단계부터 참여하는 적극적인 전략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베이징=조주현 특파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