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TTER LIFE] 3부 은퇴혁명 : (5) 창업에도 블루오션 있다..자영업 4명중1명 '음식점' 레드오션 빠져

중소기업에 30여년간 근무했던 C씨는 2005년 퇴직 후 서울 미아동 인근에 치킨 체인점을 차렸다.

재취업이나 여타 업종 창업도 고려했지만 '그래도 먹는 장사가 제일'이라는 생각에서였다.초기에는 한 달에 대략 1500만원의 매출을 올리는 등 제법 장사가 잘됐다.

식재료비 750만원과 월세 100만원,종업원 1명 인건비를 빼고도 매월 500만원 안팎의 순이익이 났다.

'왜 그동안 고생하며 월급쟁이 생활을 했을까'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그러나 올 들어 매출은 월 500만원대,순이익은 불과 50만원으로 급감했다.

내수 경기가 얼어 붙기 시작한 데다 주변에 유사한 치킨집이 4개나 문을 연 탓이었다.

한국사회에서 미래에 대한 별다른 준비 없이 정년 퇴직한 사람들이 택하는 가장 손쉬운 길은 음식점 창업이다.그러나 음식점 창업만큼 성공하기 힘든 것도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세계에서 음식점이 가장 많은 곳이 한국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먹고 마시는 영업점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자영업자 비중이 29.5%(2003년 기준)로 멕시코(31.4%)에 이어 OECD 회원국 중 두 번째로 높다.미국(6.9%)의 4배나 된다.

이 중 음식업 종사자 수는 26.5%로 가장 비중이 높다.

자영업자 4명 중 1명은 음식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얘기다.

한국프랜차이즈협회 실태조사(2005년 기준)에 따르면 총 2804개 프랜차이즈 업체 중 먹고 마시는 것과 관련된 업체 수는 1609개로 절반을 훨씬 웃돌았다.

게다가 경기가 나빠지면 손님은 주는데 음식점 창업은 오히려 늘어나는 악순환을 겪게 된다.


창업 전문가들은 '창업=음식점'이란 레드오션적 고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한다.

임채환 한국고용정보원 고령자워크넷지원팀장은 "퇴직 후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은 음식점처럼 진입장벽이 낮고 포화상태인 아이템은 가급적 피하는 게 좋다"고 지적했다.

대신 자신의 능력과 자본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적의 아이템을 선정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가령 전문적인 능력이 있으면서 10억원대 이상의 재산을 소유한 사람은 브랜드 할인 전문 대단위 상가나 실버제품 제조업 등에 도전해 볼만하다.

또 1억원 이상 3억원 이하의 현금 동원력을 갖고 있으면서 사회활동 경험이 많은 계층에는 펜션 운영이나 전자상거래 등이 적합한 창업 대상으로 꼽힌다.

강병오 FC 창업코리아 대표는 오랜 사회생활에서 얻은 인맥과 풍부한 사회경험을 잘 활용할 수 있는 분야를 택하라고 조언했다.

에코미스트코리아 전석범 대표(58)가 성공한 대표적 경우다.

그는 퇴직 직후인 2003년 1000만원을 투자,무점포 맞춤 향기관리업을 창업했다.

점포나 사무실 관공서 등에 자동향기분사기를 설치하고 이 자동향기분사기 속에 각 장소에 적합한 천연향을 내장,매월 리필해 주는 사업이다.

그는 직장생활 동안 갈고닦은 프레젠테이션 기법과 협상력으로 자신이 근무했던 대기업 산하의 거래처를 뚫어 한 달 평균 400만원의 순이익을 올리고 있다.

투자금에 비하면 상당한 이익 규모다.

고령사회에 대비,'실버산업'쪽으로 창업의 초점을 맞추는 것도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있다.

가령 노인 개개인의 특성에 따라 균형이 맞는 식사를 제공하는 '실버재택급식 사업'이나 자동차 등 이동수단이 없는 노년층에 식료품 및 일용품을 쇼핑해 주는 '실버쇼핑임대업' 등도 유망한 아이템으로 꼽힌다.

이른바 실버시터(노인+도우미)다.
21세기는 젊은이들을 위한 IT시대인 동시에 노인들을 위한 휴먼터치 시대임을 주목해야한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