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양로원과 보육원의 만남

도쿄 에도가와구에 있는 사회복지시설 '고토엔'을 방문한 5일은 최저 기온이 섭씨 4도까지 떨어진 추운 날씨였다. 오전 9시쯤 마당에 들어서자 30여명의 아이들이 웃옷을 벗은 채 체조를 하고 있었다. 휠체어를 탄 고령자 등 10여명의 노인들도 몸을 풀고 있었다. 체조가 끝나자 아이들은 노인들과 손을 맞잡거나 포옹을 하면서 아침 인사를 했다.

고토엔은 4층짜리 건물이다. 1층이 보육원이고 2,3층은 양로원과 몸이 불편한 고령자들의 입주 시설로 꾸며져 있다. 보육원 교실에서는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연극 준비가 한창이었다. 아이들과 70,80대 노인들이 어울려 가면을 쓰고 춤 동작을 익히고 있었다. 1987년 문을 연 고토엔은 독특한 운영 모델로 국내외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는 곳이다. 고령자와 어린이가 함께하는 '삶의 공간'을 만들어 보자는 설립자 뜻에 따라 만들어 졌다. 양로원과 보육원에 100여명씩을 수용중이다.

고토엔의 새로운 시도가 쉽지만은 않았다. 양로 시설의 담당 부처는 후생노동성,보육원은 문부성 등으로 나뉘어져 인허가 기준이 달라 설립까지 어려움이 많았다. 문을 연 뒤에도 난관이 적지 않았다. 하야시 요시토 원장은 "아이들이 병약자 등 고령자들과 같은 공간에 거주하는 데 대해 거부감을 표시하는 부모들을 설득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고 회고했다.

설립자와 직원들의 헌신에 힘입어 보육원에서는 지난 19년간 단 한 건의 위생 사고도 발생하지 않았다. 요즘엔 수요자가 급증해 희망자의 절반도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다. 스기 게이코 이사장은 "설립자 일가는 물론 직원들은 영리가 아니라 고령자와 유아의 행복을 추구하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설립자 취지에 따라 본인 부담은 최소한으로 하고 있다. 양로시설은 월 평균 3만엔,보육원은 2만엔 정도만 지불하면 된다.

간호사로 근무중인 재일교포 최정원씨는 "노인들은 아이들을 돌보면서 활력을 찾고 아이들은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배려로 좋은 품성을 기르고 예절을 배우는데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평가한 뒤 "운영 노하우를 배워 한국에 도입해 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