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하락이 기업 실적에 얼마나 부담되길래?

원달러 환율이 920원 아래로 밀려나면서 주식시장을 짓누르고 있다.

원화 강세가 짧게는 지난 10월, 길게는 지난해부터 지속돼 왔다는 점에서 그리 새로운 사실은 아니지만, 증시가 이렇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것은 최근들어 절상 속도가 빨라졌기 때문이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930원선을 방어하던 원달러 환율은 이번주 들어 단 이틀만에 910원대로 무너져내렸다.

급작스런 원화 절상에 수출주들의 실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연말 랠리를 기대하던 투자심리에 찬물을 끼얹었다.

증시 전문가들도 수출주들이 입을 피해를 추정하느라 바쁘다. JP모건증권에 따르면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전자는 원달러 환율이 950원에서 922원으로 떨어질 경우 주당순익(EPS)이 4만9880원에서 4만6409원으로 7% 가량 낮아지게 된다.

환율이 추가 하락해 900원대가 되면 EPS는 4만4094원으로 11.6% 줄어든다.

하이닉스 역시 원달러 환율이 922원일때 EPS는 2774원으로, 950원일때의 2976원보다 6.8% 감소할 것으로 추정됐다. LG전자와 삼성SDI의 EPS 감소율도 각각 9.9%와 10.9% 정도이다.LG필립스LCD는 14%로, 주요 기술주들 중에서 환율 하락에 가장 민감하다.

맥쿼리증권은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 원화가 1% 절상될 때마다 이익이 3~5% 가량 줄어든다고 예상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경우 총매출대비 달러화 매출 비중이 각각 29%와 45%로 비교적 높다. 달러부채는 매출대비 3~5% 정도지만 달러화 비용은 매출의 1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UBS증권은 현대모비스의 경우 달러화 매출 비중이 11%, 매출 대비 비용과 부채의 비율이 1%로 상대적으로 낮다. 따라서 아 이익 감소폭도 0.5% 정도로, 완성차 업체들보다는 작을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중공업(-4.4%) 한진중공업(-3.0%) 대우조선해양(-1.8%) 삼성중공업(-0.4%) 등 주요 조선업체들도 환율 하락의 여파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달러화 매출 비중이 90%가 넘는 현대상선이나 한진해운도 환율 1% 하락시 이익이 각각 4.9%와 2.2% 감소하게 된다.

UBS증권은 그러나 달러화 부채 비율 65%에 연료 수입으로 달러비용 비중도 49%에 달하는 대한항공의 경우 환율 1% 절상시 이익이 5% 늘어난다고 밝혔다.

SK S-Oil 한국전력 한국가스 POSCO 등도 각각 1.4~3.5%의 이익 증가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UBS증권은 "한국의 산업은 매우 다양화돼 있다"며 "많은 수입업체들이 원화강세로 수혜를 입을 수 있단 점에서 환율 하락이 꼭 나쁜것 만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강지연 기자 sere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