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北GDP 발표 '딜레마' ‥ 새 기준 적용땐 208억弗 → 50억弗로 '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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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의 북한 경제 통계를 놓고 통일부,국정원,한국은행,민간학자들 사이에 논란이 일고 있다.
기존 통계의 오류를 고치는 과정에서 북한의 경제 규모가 현재 알려진 것에 비해 최대 4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정부가 반세기 동안 대북정책에 활용해 온 남북 경제 규모 및 예산 비교,특히 국방비 비교가 근거없는 엉터리였던 셈이다.
통일부와 국정원은 '민감한 시기'라는 이유로 한은의 보고서를 대외비에 붙였다.
때문에 한은이 매년 6월께 발표했던 '북한의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가 올해는 나오지 못했다.
○기존 통계의 허점
지난해까지 한은이 발표한 북한의 경제규모(생산물량X상품가격) 통계는 북한의 생산량에 남한 가격을 곱한 값이다.
사회주의 경제의 규모를 추산할 땐 배급제라는 특수상황을 고려해 통상 배급가격과 시장가격의 가중 평균치를 사용한다.그러나 한은은 공개된 북한 통계가 없기 때문에 북한의 경제성장률을 추산할 때 현지 가격 대신 남측 가격을 적용했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교수는 "한은의 기존 통계는 북한의 연간 경제성장률을 비교하기 위한 '게스터메이션(guess+estimation)'일 뿐"이라며 "이 수치로 남북한의 경제 규모를 비교하거나 북한의 1인당 GDP를 추정하면 굉장한 왜곡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남북 격차 최대 130배?통일부는 지난해 정동영 전 장관 시절 학자들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 한은에 오류 시정을 의뢰했다.
그 결과 한은은 북한의 가격과 환율을 적용하면 북한의 국민소득이 기존 발표의 4분의 1로 추산된다고 보고했다.
새 계산법에 따르면 북한의 경제규모는 208억달러(2004년 GNI·국민총소득 기준)에서 50억달러로 뚝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남북 경제격차가 현재 알려진 33배가 아니라 130배로 벌어진다.
국방비 예산도 남한이 4배를 더 쓰는 게 아니라 16배 차이로 늘어난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은 "북한의 1인당 GDP도 현재 알려진 750~1000달러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통계 없는 통일 논의
'4배 인플레'론은 기존 통계가 북한의 경제규모를 부풀렸다는 사실을 공론화시켰으나 정부와 학계는 각기 다른 이유로 오류 시정에 나서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금처럼 민감한 시기에 북한의 GDP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적다고 발표하면 대북 동정론을 일으키기 위해 통계까지 조작한다는 공격을 받을 것이 불보 듯 뻔하다"고 말했다.
학계는 "기존 통계가 북한의 경제 규모를 과대평가한 것은 맞지만 가격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할 경우 어떤 계산법이 정답인지 알 수 없다"며 "통일부가 현실적인 차선책을 발표하기를 기다리겠다"(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통일 정책에 왜곡된 통계가 이용되는 현실이다.김 교수는 "북한의 경제 규모조차 잘못 알고 있는 상황에서 통일 논의를 하는 것은 감정적 구호에 불과하다"며 "정부는 북한 경제에 대해 가용 데이터를 최대한 공개하고 데이터 수집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
기존 통계의 오류를 고치는 과정에서 북한의 경제 규모가 현재 알려진 것에 비해 최대 4분의 1에 불과하다는 결론에 도달했기 때문이다.정부가 반세기 동안 대북정책에 활용해 온 남북 경제 규모 및 예산 비교,특히 국방비 비교가 근거없는 엉터리였던 셈이다.
통일부와 국정원은 '민감한 시기'라는 이유로 한은의 보고서를 대외비에 붙였다.
때문에 한은이 매년 6월께 발표했던 '북한의 경제성장률 추정 결과'가 올해는 나오지 못했다.
○기존 통계의 허점
지난해까지 한은이 발표한 북한의 경제규모(생산물량X상품가격) 통계는 북한의 생산량에 남한 가격을 곱한 값이다.
사회주의 경제의 규모를 추산할 땐 배급제라는 특수상황을 고려해 통상 배급가격과 시장가격의 가중 평균치를 사용한다.그러나 한은은 공개된 북한 통계가 없기 때문에 북한의 경제성장률을 추산할 때 현지 가격 대신 남측 가격을 적용했다.
김병연 서울대 경제학교수는 "한은의 기존 통계는 북한의 연간 경제성장률을 비교하기 위한 '게스터메이션(guess+estimation)'일 뿐"이라며 "이 수치로 남북한의 경제 규모를 비교하거나 북한의 1인당 GDP를 추정하면 굉장한 왜곡이 일어난다"고 말했다.
○남북 격차 최대 130배?통일부는 지난해 정동영 전 장관 시절 학자들의 문제 제기를 받아들여 한은에 오류 시정을 의뢰했다.
그 결과 한은은 북한의 가격과 환율을 적용하면 북한의 국민소득이 기존 발표의 4분의 1로 추산된다고 보고했다.
새 계산법에 따르면 북한의 경제규모는 208억달러(2004년 GNI·국민총소득 기준)에서 50억달러로 뚝 떨어진다.
이렇게 되면 남북 경제격차가 현재 알려진 33배가 아니라 130배로 벌어진다.
국방비 예산도 남한이 4배를 더 쓰는 게 아니라 16배 차이로 늘어난다.
동용승 삼성경제연구소 경제안보팀장은 "북한의 1인당 GDP도 현재 알려진 750~1000달러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추산된다"고 말했다.
○통계 없는 통일 논의
'4배 인플레'론은 기존 통계가 북한의 경제규모를 부풀렸다는 사실을 공론화시켰으나 정부와 학계는 각기 다른 이유로 오류 시정에 나서지 않았다.
통일부 당국자는 "지금처럼 민감한 시기에 북한의 GDP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적다고 발표하면 대북 동정론을 일으키기 위해 통계까지 조작한다는 공격을 받을 것이 불보 듯 뻔하다"고 말했다.
학계는 "기존 통계가 북한의 경제 규모를 과대평가한 것은 맞지만 가격 정보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할 경우 어떤 계산법이 정답인지 알 수 없다"며 "통일부가 현실적인 차선책을 발표하기를 기다리겠다"(양문수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통일 정책에 왜곡된 통계가 이용되는 현실이다.김 교수는 "북한의 경제 규모조차 잘못 알고 있는 상황에서 통일 논의를 하는 것은 감정적 구호에 불과하다"며 "정부는 북한 경제에 대해 가용 데이터를 최대한 공개하고 데이터 수집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혼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영 기자 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