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1일자) 핵심쟁점 뒤로 미룬 한ㆍ미 FTA 협상

미국 몬태나에서 열린 한·미 FTA 5차 협상은 일부 분야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핵심쟁점에서는 입장 차이만을 확인한 채 종결됐다. 상품분야,서비스 등에서 한·미 양측이 개방수준을 높이거나 의견 접근을 이루는 등의 성과도 있었지만 우리나라가 공세로 나가고 있는 무역구제 분야와 미국 측이 강하게 나오고 있는 자동차,의약품 등에서 파행을 겪은 것이 이를 말해준다. 따라서 한·미 FTA의 최종 타결(妥結) 여부는 앞으로 남은 6차(내년 1월),7차(내년 2월) 협상에 좌우되게 됐다.

남은 협상에서 양측은 무역구제 자동차 의약품,그리고 미국 측이 다음 협상에서 문제를 제기할 것을 시사한 쌀 쇠고기 등 농산물을 비롯한 핵심쟁점들을 타결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내년 1월 서울에서 열릴 6차 협상에서 양측은 쟁점 중에서 서로 묶을 것은 묶어 주고받기가 가능한 방안들을 마련하고,이게 순조롭게 진행될 경우 7차협상에서 최종 빅딜을 시도할 것으로 보인다. 한마디로 앞으로 남은 협상에 한·미 FTA의 성패가 달려 있는 만큼 마지막 에너지를 집중해야 할 때다.그런 점에서 무엇보다 경계해야 할 것은 우리 내부의 분열과 갈등이다. 우리가 반드시 관철해야 할 것과 이를 위해 양보할 것을 조정하는 일이 결코 쉽지만은 않을 테지만 그렇다고 각 이익단체나 부처들이 저마다 자기 주장만 고집하다 보면 대미 협상에서 주고받기 자체가 어려워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전체적인 국가이익을 먼저 생각하면서 접근해야 마땅하다. 특히 소관부처는 협상팀이 따로 있다고 생각할 게 아니라 양보가 불가피한 분야에 대해서는 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대책을 강구하는 등 이해당자사들을 적극적으로 설득하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

또 한가지 우려(憂慮)되는 것은 국내 일각에서 성급히 협상결렬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 점이다. 전망이야 할 수 있는 일이지만 뚜렷한 근거도 없이 의도적으로 분위기를 흐리는 게 무슨 도움이 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최근 미국의 선거결과 민주당이 약진한 것을 계기로 미 의회가 한·미 FTA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라는 해괴한 얘기마저 나오고 있는데 선거 하나로 국가 정책이 하루아침에 달라질 것이라고 보는 발상 자체가 놀랍다. 국민들의 미래,국가경쟁력의 미래가 달린 문제를 오로지 정치적,이념적 시각에서 오도하는 작태들이 더는 없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