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택계열 워크아웃 추진] 어쩌다 이렇게 됐나

팬택계열이 곤경에 처했다는 소문은 1년 전부터 나돌았다.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느니 "시간문제일 뿐"이라는 얘기도 나왔다.채권단이 팬택계열 워크아웃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진 11일 업계는 "올 것이 왔다"는 반응을 보였다.


휴대폰 업계는 팬택계열이 한계에 다다른 이유로 세 가지를 꼽는다.

팬택이 맞서기에는 글로벌 경쟁상대가 너무 벅찼다는 것,틈새를 뚫을 만한 킬러 제품이 나오지 않았다는 것,글로벌 마케팅 능력이 부족했다는 것 등이다.글로벌 휴대폰 시장을 움직이는 메이저들은 막강하다.

연간 2억5000만대(2005년) 이상을 내놓는 노키아,1억5000만대 이상을 파는 모토로라,1억1000만대를 출시하는 삼성전자,5100만대가량을 생산하는 소니에릭슨,5500만대를 내는 LG전자 등.연간 1600만대를 파는 팬택계열로서는 하나같이 버거운 상대다.

가격이 월등히 싸든지,품질이 좋든지,아니면 마케팅을 잘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최근 수년 새 스탠다드텔레콤 맥슨텔레콤 세원텔레콤 VK가 잇따라 쓰러진 것도 이런 점에서 미흡했기 때문이었다.

팬택계열은 세계적인 기업과 맞서기 위해 자체 브랜드 수출을 시도했다.

이를 위해 최근 2년 새 2000억원 이상을 투입했다.그러나 브랜드 알리는 작업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돈을 쏟아부어도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2000억원이란 돈은 팬택계열에는 큰돈이지만 글로벌 시장에선 표시도 나지 않는 액수였다.

자체 브랜드 수출은 정면돌파였다.

팬택계열은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으로는 일시적으론 버틸 수는 있지만 살아남을 순 없다고 보았다.

실제로 많은 중소기업이 OEM을 고집하다 쓰러졌다.

팬택계열은 2003년 대만에 '팬택' 제품을 처음 출시했고 미국과 중국에도 독자 브랜드를 내놨다.

브라질 멕시코 등 남미와 유럽에도 현지법인을 세웠다.

올 중반에도 칠레와 캐나다에 팬택 브랜드를 출시했다.

팬택은 프리미엄 브랜드도 인수했다.

2005년 12월 SK텔레콤의 자회사인 SK텔레텍을 2924억원에 인수했다.

국내에서 '스카이(SKY)' 브랜드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굳힌 뒤 SK텔레텍의 마케팅·디자인 역량을 수출에 접목해 세계시장에 도전하겠다는 전략이었다.

하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인수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제품 차별화 전략도 미흡했다.

모토로라의 슬림폰,LG전자의 초콜릿폰,삼성전자의 블루블랙폰처럼 소비자를 끌 만한 히트 제품을 내놓지 못했다.

나름대로 다양한 뮤직폰을 내놓긴 했으나 호평을 받진 못했고 하향곡선을 그렸다.

팬택계열은 히트상품을 내놓기 위해 최근까지도 연구개발조직을 총동원했다.

뒤늦게 위기를 절감한 팬택계열은 올해 초부터 대대적인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인력 조직 비용 등 3대 핵심부문에서 군살을 빼기 시작했다.

올해만 1200여명이 회사를 떠났다.

하지만 관련업계는 1년 정도 빨리 시작했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팬택계열은 일시적 자금난만 해결되면 경영정상화를 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SK텔레텍 인수 효과가 내년부터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란 게 첫번째 이유다.두번째는 외국에서 대규모 물량을 수주해 놓은 상태여서 일감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김현지 기자 n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