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전세시장 '잠잠' … '학군수요' 줄어 물량 남아돌아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전세시장이 잠잠하다.

매년 11월 말께가 되면 북적거렸던 서울 대치동 목동 중계동 등 이른바 '학군 관련 지역' 전세시장에서도 12월 중순에 접어든 지금까지 예년과 달리 이렇다할 움직임이 보이지 않고 있다.전세수요가 이미 지난 가을 집값 급등 시기에 상당 부분 해소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부동산 중개업소의 분석이다.

14일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내년 봄 아파트 입주물량 감소 등에 따라 전세난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과 달리 수도권 대부분 지역에서 전세를 구하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어 매물 찾기가 어렵지 않은 상황이다.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이미 지난 가을철에 전세를 얻는 대신 아예 주택을 매입한 사람들이 많았던 데다 예비 신랑신부들이 올해가 '쌍춘년'임을 의식,결혼을 앞당기면서 내년 봄에 결혼할 커플이 상대적으로 줄어 전세 수요가 많지 않다고 전하고 있다.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내년 봄 이사철에 가도 전세를 구하기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학군 관련 지역도 전세수요 미미

대표적 학군 관련 지역인 대치동은 겨울방학이 목전인데도 전세를 구하려는 사람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다.대치동 우성공인 관계자는 "작년에는 11월 말부터 전세를 알아보는 사람들로 북적거렸는데 올해는 겨울방학을 앞두고서도 문의가 많지 않아 전세매물이 남아 있다"며 "지난 10~11월 집값이 불안하자 미리 계약을 맺어 전셋집을 확보한 사람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우성아파트 31평형은 3억~3억5000만원 사이에 전세 매물이 나와 있다.

중계동 역시 전세수요가 많지 않다.노원구 중계동 주공5단지 인근 중앙공인 관계자는 "전세매물이 4~5개 있는데 찾는 사람이 뜸해 거래가 없다"고 말했다.

28평형 전셋값은 4단지가 1억6000만~1억7000만원,5단지가 2억원 선에서 형성됐다.

목동도 사정이 비슷하다.

신시가지 1단지 인근 한 중개업자는 "하이페리온2차 입주가 시작돼 전세 물량이 많은 편인 데다가 수요도 확실히 줄어 전체적으로 전세시장이 조용하다"고 전했다.

○아직 변수 많아

그러나 전세시장 불안요인이 적지 않아 아직 낙관하기는 이르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선 서울·수도권 아파트 입주물량이 많지 않다는 것이 변수다.

스피드뱅크에 따르면 수도권에서 2007년 1~4월 입주 예정 아파트는 2만5914가구로 올해 같은 기간(4만5145가구)의 57.4%에 불과하다.

특히 서울지역은 내년 4월까지 입주물량이 올해(1만3526가구)의 절반 수준인 6804가구밖에 안 된다.

가격불안 요인도 있다.

일부이기는 하지만,집주인들이 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관련 세금을 내기 위해 전셋값을 높이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11·15 대책 이후 상승세가 둔화되던 전셋값이 이달 첫째주 0.08%에서 둘째주에 0.14%로 소폭 반등한 것은 이 같은 가격불안을 방증한다.

○"예년 수준에 그칠 것" 전망도

반면 내년 봄 전세문제는 그리 심각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강하다.

전세로 살던 사람들 가운데 내집을 구입한 경우가 많은 데다 결혼을 서둔 신혼부부들도 많아 내년에는 전세수요가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다.

스피드뱅크 박원갑 소장은 "입주 물량이 줄었지만,수요도 감소한 측면이 있어 내년 봄 전세문제는 예년 수준을 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세가 월세로 전환돼 전세물량이 줄어드는 경우도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서초구 잠원동 양지공인 이덕원 사장은 "월세 수요가 많지 않아 월세로 바꾸려는 집주인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최근 6명의 아파트 주인들이 월세로 바꾸려다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결국 전세로 매물을 소화했다"고 전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