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강신호 회장, 연임해? 말어?

"제가 마케팅연구원 회장도 12년을 했고요. 그 뭐죠? 미스코리아 심사위원도 61년부터 했습니다. 그걸 하다보니 방송윤리위원도 하라고 하더라고요. 덕분에 방송광고심의위원장도 했습니다. 제가 인생에 NO를 해본적이 없습니다. 뭐 하라고 하면 다했습니다."

13일 저녁. 여의도 전경련회관 19층 경제인클럽. 출입기자단과의 송년 간담회다. 강신호 회장의 기분이 꽤 좋아보인다. 얘기가 특히 많았다. "뭐 하라고 하면 짧게 해본적이 없습니다. 상의에서도 부회장을 12년을 했습니다." 강신호 전경련 회장은 지난 88년부터 99년까지 대한상의 부회장을 했다. 회장도 하고 싶어 했지만 김상하 삼양사 그룹 회장이 88년부터 내리 13년을 회장을 맡아 기회가 없었다.

지난 2004년 2월 손길승 회장의 뒤를 이어 전경련 회장으로 취임한 강신호 회장의 임기는 내년 1월까지다. 재계의 관심사중의 하나는 후임이 누구냐는 것이다. 딱히 하겠다고 손든 사람은 없지만 몇몇 그룹 회장들이 물망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강신호 회장이 연임할 것이다고 말하는 사람은 별로 없다. 강 회장이 맘에 들지 않는다는 것이 아니라 이미 팔순을 넘긴 분에게 물리적으로도 바쁜 재계의 대표선수를 또 맡긴다는 게 웬지 미안해서일 것 같다.

“어젯밤에는 12시반까지 해외에 보낼 크리스마스 카드에 사인을 했어요. 그래도 아침 5시반이면 일어나서 운동하고 밥먹고 7시에 출근합니다.” 건강에 대한 염려를 의식해서일까. 강신호 회장이 아직 건재하다는 것을 내비친다. 송년 간담회 오기전 했다는 건강검진 자국을 보여주려고 팔뚝을 들어보이는데 마른 체구에도 팔뚝이 단단하다. “몸은 조금 뭐랄까 피곤한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자기가 맡은 책임은 완수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강신호 회장은 한번도 딱잘라 연임하지 않겠다고 얘기한 적은 없다. 강 회장이 자꾸 분명한 말을 피해 한번은 기자가 끈질기게 물어본 적이 있었다. “회장님은 연임할 의지가 있으신가요?” “제 의지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

송년 간담회에서도 질문이 나왔다. “다시 맡아야 할 상황이 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묻지도 않았는데 한참을 얘기했던 강신호 회장이 정작 물어보자 한발 뺀다. “저는 이제 나이도 많고 후진도 양성해야 한다는 생각을 해요. 전경련 회장이 상당히 바쁜데 저도 자기 자신의 시간을 가져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내년 1월 회장단 회의에서 차기 전경련 회장에 구체적인 말들이 나올 것 같다. 강신호 회장이 연임을 할까? 말까? 한 전경련 관계자는 말한다. “회장은 회장단에서 뽑습니다. 자기가 하고 싶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맞다. 그렇긴 하지만 내심 하고 싶어하는 사람은 꽤 있는 것 같다.

박성태기자 stpark@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