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협의회 "市銀 원화, 韓銀 외화로 맞바꿔 해외증권 투자 등 확대키로"

한국은행이 막대한 외환 보유액을 활용해 시중의 과잉 유동성을 흡수하고 환율도 안정시키겠다는 복안을 내놓았다.

내년 1월1일부터 '외화대출 연계 통화스와프 거래'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통화 스와프는 한은이 보유한 '외환 보유액'과 시중 은행이 갖고 있는 '원화'를 맞바꾸는 계약을 말한다.

시중 은행이 갖고 있는 원화 자금이 한국은행으로 흘러들어가기 때문에 시중 유동성은 그만큼 줄어든다.

대신 외환 보유액이 시중 은행에 공급돼 은행들은 해외로부터 돈을 빌리지 않아도 필요한 외화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그 결과 해외에서의 외화 차입이 줄어 외환시장이 안정되는 효과가 생긴다.

한은이 통화 스와프를 확대하기로 결정한 것은 은행들의 외화 차입이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어서다.

작년 말 659억달러였던 우리나라의 단기 외화 차입금은 지난 6월 말 948억달러로 늘었다.불과 6개월 만에 300억달러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을 예상한 기업들과 개인 사업자들이 달러화 또는 엔화를 빌려줄 것을 은행에 요청하고 은행들은 외국 금융회사로부터 외화를 빌려 국내 고객들에게 대출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외화를 빌린 기업과 개인 사업자들이 내놓은 달러화를 한은에서 매입하다 보니 지난해 말 2104억달러였던 외환 보유액은 올 6월 말 2244억달러로 늘어났다.하반기 들어서도 은행들의 외화 차입이 계속 늘어나면서 한은의 외환 보유액은 11월 말 2343억달러로 증가했다.

외화대출 연계 통화 스와프를 확대하겠다는 한은의 방안은 해외로부터 흘러들어오는 외화를 최소화함으로써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겠다는 것이다.

한은은 통화 스와프로 받은 돈을 시중 은행이 외화 대출뿐만 아니라 해외 증권 투자에도 쓸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한은이 갖고 있는 외환 보유액을 해외로 방류하겠다는 의도다.

시중 은행 입장에서는 해외에서 투자 자금을 조달할 경우 리보(런던은행 간 금리)에 가산 금리를 붙여야 하지만 한은과 통화스와프 계약을 체결하면 리보 금리 수준으로 외화를 빌릴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외환 보유액이 장기간 묶이거나 부실이 발생할 경우 1997년 외환위기 때처럼 외화가 절실하게 필요할 때 정작 쓰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한은은 이와 함께 기업의 설비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자본재수입자금 외화대출 범위에 산업자원부가 고시하는 첨단 시설재,재정경제부가 고시하는 공장자동화 물품을 추가하기로 했다.

또 소액의 외화 대출이나 여러 건의 외화 대출,해외 증권 투자는 통화스와프 계약을 먼저 체결해 외화 자금을 사용한 뒤 나중에 보고하면 되도록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했다.

한편 15일 한은 초청으로 열린 금융협의회에 참석한 은행장들은 "앞으로 실수요 중심으로 외화 대출을 운용할 필요가 있다"며 환차손 발생 가능성에 유의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은행장들은 또 최근의 주택담보대출 확대는 은행 간 외형확대 경쟁에도 일부 이유가 있었다는 점에 동감했다고 한은측은 전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