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콘텐츠 수출유공자 대상] 대통령 표창 박찬욱 감독, 한국 영화 수출 첨병

2004년 5월24일 프랑스 칸으로부터 낭보가 날아들었다.

박찬욱 감독의 스릴러 '올드보이'가 현지에서 열리고 있던 제57회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소식이었다.한국영화 감독이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역대 최고상을 받는 순간이었다.

'올드보이'는 유명세에 힘입어 20여개국에 수출됐다.

할리우드의 유니버설스튜디오에는 리메이크판권이 팔렸다.이로써 해외에서 벌어들인 수출 금액은 550만달러에 달했다.

흥행성적도 좋았다.

국내에서만 326만명을 끌어들여 '대박'을 터뜨렸다.국제영화제 수상작들이 관객들로부터 철저히 외면받고 있는 것과 완전히 달랐다.

'올드보이'에 이어 나온 박감독의 '친절한 금자씨'도 마찬가지다.

국내에서 360만명을 동원했다.일본에 300만달러에 수출된 것을 포함해 총 수출금액은 500만달러를 넘어섰다.

'올드보이''친절한 금자씨'와 함께 복수 3부작으로 일컬어지는 '복수는 나의 것'까지 합치면 수출금액이 1300만달러에 달한다.

그는 작품성과 흥행성을 겸비한 감독으로 평가된다.

그의 작품 중 최고 흥행작인 '공동경비구역JSA'는 무려 583만명의 관객을 기록했다.

그는 일찌감치 영화의 예술성과 함께 상품성을 파고들었다.

뛰어난 작품성으로 각국 영화제에서 호평을 얻은 뒤 그 명성을 토대로 세계시장을 발빠르게 개척한 것.

이런 역할을 하기 위해 그는 감독 뿐 아니라 제작자의 직함도 갖고 있다.

'올드보이' 성공 이후 영화 제작사 모호필름을 설립해 대표로 취임했다.

그는 요즘 연출과 제작을 겸한 영화 '싸이보그는 괜찮아'를 갖고 세계시장을 두드리고 있다.

차기작으로는 세계시장을 겨냥한 '설국열차'를 제작할 계획이다.

'괴물'의 봉준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할리우드에서 영어로 제작해 2008년께 개봉할 예정.혹독한 추위가 닥친 미래에 인류의 마지막 생존자들이 탑승한 열차에서 벌어지는 일을 그려낸다.

한국영화의 미개척지인 SF장르인 셈이다.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두 감독이 의기투합한 '글로벌 프로젝트'여서 벌써부터 국내외 영화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국영화가 세계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요건에 대해 박 감독은 무엇보다 개성을 강조한다.

어디선가 본듯한,잘 짜여진 공식 같은 영화는 세계시장에서 더이상 먹히지 않는다는 얘기다.

실제로 '올드보이'는 독특한 소재를 차용했다.

15년간 영문도 모른 채 구금생활을 한 사나이가 출감 후 복수를 시도하는 내용이다.

이 작품은 영화제에 익숙한 작가주의 영화틀을 벗고 장르영화 양식을 띠고 있다.

칸영화제에서 수상한 아시아영화들이 주로 동양적 신비주의를 내세웠던 것과도 거리가 멀다.철저히 감독의 개성과 작품의 특성만으로 승부했던 셈이다.

유재혁 기자 yoojh@hankyung.com